대통령 선거의 날이 밝았다. 이번 대선과 1997년, 1992년 등 과거 대선의 가장 큰 차이는 유세장에 모여든 청중이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대부분 수백명을 넘지 않아, 15년전 서울 여의도광장에 100만명이 모였던 것을 떠올리면 격세지감마저 느껴졌다.그러나 한산한 유세장과는 반대로 인터넷에서는 대선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97년만 해도 일부 PC통신 이용자들이 모여 자신들만의 토론을 벌였지만, 이번에는 선거의 주무대가 인터넷으로 옮겨졌다.
시민들은 거리에 나가 직접 유세에 참가하지 않았지만, 또 후보를 소개하는 유인물 하나 받아보지 않았지만 인터넷 포털업체들이 개설한 '대선 특집페이지'를 통해 어떤 후보가 어떤 얘기를 했는지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었다. 각 후보들이 개설한 사이트에는 하루에도 수만 건이 넘는 글이 올라와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과거 선거 다음날 새벽에나 알 수 있던 당선자 윤곽도, 이번에는 당일 오후 9시께면 인터넷과 휴대폰으로 알 수 있게 된다.
선관위가 일부 후보 진영의 사이트를 폐쇄하고, 휴대폰 선거운동 공방이 벌어지는 등 부작용도 있었지만 지난 5년간의 정보기술(IT) 혁명이 선거혁명으로 이어진 것이다. 각 후보마다 상대방을 헐뜯는 흑색선전을 퍼뜨렸지만, 인터넷으로 충분한 정보를 확보한 시민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일부 언론의 특정 후보 편들기도 먹혀 들지 않았다. 어둠을 틈타 선거 운동원들이 은밀히 내밀던 금품도 대부분 사라졌다. 인터넷을 통해 전국으로 퍼진 한 네티즌의 호소가 광화문 네거리를 촛불로 뒤덮게 한 것처럼, 이제 인터넷을 통해 소통되고 결집된 국민의 의사는 직접 민주주의의 꿈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하지만 선거는 여전히 오프라인에서 해야 한다. '열심히 욕한 당신! 찍어라'라는 시민단체의 구호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오늘 시민들의 가장 중요한 일정은 투표소에 가는 것이다.
최진주 경제부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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