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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이기적인 유권자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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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이기적인 유권자가 되자

입력
2002.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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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전은 끝났다. 오늘은 하루 종일 투표장 소식이 방송을 장식할 것이다. 어둠이 내리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어 후보들의 희비가 교차되리라. 축제의 마지막 날에 걸맞게 온 국민은 밤늦도록 개표 중계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의 가장 큰 축제가 막바지에 이른 것이다.이제 선택만 남았다. 과연 누구를 찍어야 할까? 한가지 기준을 분명히 마음에 새기자. 누가 나의 이익을 가장 잘 대변해 줄 것인가?

모두들 각 후보의 정책을 꼼꼼히 비교해 보라고 한다. 옳은 말이다. 그런데 비교를 하려면 기준이 있어야 한다. 이번에는 그 기준을 나로 잡아 보자. 한 번 이기적인 유권자가 되어 보자는 것이다. 이제까지 우리는 너무 나를 생각하지 않았다.

정부수립 이후 치렀던 그 많은 선거를 돌이켜 보자. 나한테 이익이 되는 후보에게 투표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는가? 감히 말하건대 대부분 한 번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선거 때마다 지역주의가 춤을 췄다. 많은 유권자들이 내 이익은 따지지도 않은 채 후보에게 표를 주었다. 그 결과 우리 정치는 시간이 흐를수록 실망만을 쌓아왔다.

내 이익을 잘 따지지 못 한 이유는 분명하다. 많은 국민들이 환상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조사에서나 80%를 넘나드는 것으로 나타나는 중산층의 의식이 단적인 예이다. 이처럼 환상에 빠져 있으면 선거에서도 내 이익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기 어렵다. 후보들의 선동에 마음이 휩쓸릴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나의 이익을 대변할 후보일까? 단언하건대 공약을 비교해 보았자 별 소용이 없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잘 드러났듯 인기 있는 공약들은 대부분 수렴되게 마련이다. 그런 상황에서 어떤 후보의 정책이 더 좋은지 살펴 보았자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공약을 가지고 후보들간의 차별성을 찾기도 어렵거니와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실현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데.

따지고 보면 방법은 간단하다. 후보가 속한 정당을 보고 그들의 과거를 돌이켜 보면 된다. 우리 정당들이 대부분 5년여 밖에 되지 않은 신생 정당들이지만 그 뿌리가 어디인지는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최소한 광복 직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 속에서 어떤 정당이 누구의 이익을 위해 일했는지도 잘 드러나 있다. 이렇게 과거를 점검해 보면 누가 어떤 정책을 펴게 될지 자연스럽게 판단이 설 것이다. 정당의 과거를 보고 미래 정책의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정당을 봐야 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변화와도 관련이 있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도 어느 정도 시스템이 정착되어 가고 있다. 시스템이 정착된 사회에서는 대통령의 역할이 그리 크지 않다. 소규모 후진국에서야 대통령 마음대로 정책을 이리저리 뒤바꿀 수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대통령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다행히 이번 선거에서는 내 이익을 따져 볼 여건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영호남 출신 대통령을 모두 겪어 본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극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면 내 지역 사람 뽑는다고 나한테 돌아오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점을 명확히 깨달았으리라. 우리 선거의 고질병인 지역주의가 극복될 바탕이 마련되었다는 말이다.

게다가 젊은 층이 이미 앞장 서 새로운 기류를 만들어 가고 있다. 평소부터 자기 생각만 한다고 비판 받더니 선거에서도 기성 세대보다 훨씬 더 합리적인 행동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이기적인 측면만 강조하다 나라의 장래는 어떻게 되겠느냐고?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 현대 민주주의가 바로 왕의 부당한 과세에 대한 저항이라는 이기적 동기에서 출발한 체제 아닌가!

정 준 영 동덕여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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