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묻은 딸에 대한 사랑이 10년간 새 생명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소아암 환자 부모들의 모임인 '한마음회'가 18일 오후 한양대 동문회관에서 10번째 자선의 밤 행사를 가졌다. 강태석(姜泰錫·46) 한마음회 회장은 "난치병에 걸린 자식을 두고도 수술비가 없을 때의 마음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며 "도움의 손길을 전해온 따뜻한 이웃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강 회장이 딸 경은(당시 5살)양을 잃은 것은 1992년 12월. 소아암의 일종인 신경모세포종으로 투병한 지 1년 반만이었다. "항암치료로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간간히 띄우던 경은이의 웃음을 잊을 수 없습니다." 당시 한양대 소아과 이항(李恒) 교수가 선진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소아암 환자 부모들의 모임을 제안했다. 강 회장은 "딸의 고통과 웃음을 생각하며 모임에 정성을 쏟았다"고 말했다.
15세 이하의 어린이에게 발병되는 백혈병, 뇌종양, 임파선암 등 소아암의 완치율은 현재 70%. 하지만 20∼30대 부모들이 대부분이어서 경제사정이 치료의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완치되거나 투병 중인 아이를 포함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경우까지 300여명이 한마음회의 도움을 받았고, 연 2,000여만원의 후원금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자를 지원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여동생이 백혈병 치료를 받았던 그룹 K-pop의 김주민(25)씨와 가수 현숙씨가 무대에 섰고, 매월 소아암 환자에게 생일파티를 열어 주는 호텔신라 여직원 봉사단 '한마음 사랑회', 직장인 노래모임 '하날다래', 한양대병원 간호사와 의사 등으로 구성된 한마음 후원회도 함께 했다. 2년에 걸친 치료로 완치된 김지운(8)군 등 4명의 어린이는 '완치기념메달'을 받았다. 대학생이 된 10년 전의 환자들도 참석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현재 두 아들(11·8세)을 두고 있는 강씨는 "완쾌되어 건강해진 아이들을 볼 때 마다 딸 생각이 난다"며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박은형기자 voi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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