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안전지대" 향한 불안한 첫발 / 美 MD 2004년 알래스카에 실전배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안전지대" 향한 불안한 첫발 / 美 MD 2004년 알래스카에 실전배치

입력
2002.12.19 00:00
0 0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7일 탄도탄 요격 미사일을 2004년부터 배치하도록 군에 지시함으로써 불량국가와 테러집단의 공격으로부터 미국 본토를 보호하는 미사일방어(MD) 계획이 실전화 단계로 접어들었다.그러나 기술적 미완성과 국제적 반발 속에서 강행하는 이 계획을 두고 미 국내외에서 비판론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20년 계획의 불확실한 출발

부시 대통령은 이날 2004년 말 알래스카의 포트 그릴리 기지에 10기의 지상 요격 미사일을 배치할 계획을 발표하면서 "소박한 출발"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후에 기술 개발이 이뤄지면 미국의 방어 능력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소박함의 의미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 뉴욕 타임스는 "부시의 결정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대 이래 거의 20년 동안 미사일 요격 계획을 두고 진행해 온 논쟁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실효성에 대한 의문에도 불구하고 미사일로 미사일을 쏘아 맞추는 계획이 실행 단계로 옮아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부시 정부는 2005년께 10기를 추가로 배치할 예정이다. 이 계획은 또 해상 요격 미사일 배치, 패트리어트 미사일(PAC-3) 배치, 지상·공중·해상의 탐지 레이더 구축 등을 포함한다.

부시 계획의 가장 큰 특징은 성능을 충분히 입증한 뒤 실전에 투입하는 전력 배치의 전범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부시 정부의 관리들도 요격의 완벽성에 대한 확신이 없다.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우리는 20년 후 완벽한 결론에 도달할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며 "배치 후 성공과 실패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각국의 입장과 북한의 반발

미국은 또 MD 체제에 여러 국가를 참여토록 하려는 뜻을 분명히 했다. MD 체제에 대한 국제적 반발을 최소화하고, 비용을 분산하려는 의도다. 미국은 이미 영국과 덴마크에 각각 노스 요크셔의 플라잉데일즈 공군기지와 그린랜드 미 공군기지의 초기 경보 레이더 시설을 현대화하는 데 협조를 요청했다. 제프 훈 영국 국방장관은 "이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덴마크는 새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참여하게 된 러시아의 동참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격 미사일 배치 계획이 북한의 핵 동결 해제 선언 시점과 맞물려 나온 점도 관심을 끈다. 럼스펠드 장관은 이번 결정의 대 북한 억지 효과를 호언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19일 노동신문 사설을 통해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모라토리엄)와 MD 계획을 연계할 뜻을 밝혀 북한의 대응이 주목된다.

미국의 계획에 가장 심하게 반발할 나라는 중국이다. 미국의 방어망을 무력화할 만한 충분한 핵탄두를 가진 러시아와는 달리 중국은 20여기의 단탄두 핵만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이 다탄두 핵 탑재가 가능한 둥펑(東風) 32호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도 18일 성명을 통해 "미국이 이른바 MD 체제를 편성키로 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군비경쟁을 우려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10@hk.co.kr

■ MD(미사일 방어)는

미 본토를 목표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 적의 모든 중·장거리 미사일을 무력화한다는 MD 계획은 명칭의 변화 만큼이나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MD는 처음 1983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적의 미사일을 우주에서 요격하는 전략 방위구상(SDI·일명 스타 워즈)이라는 이름으로 발표됐다. 하지만 우주 요격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되자 전지구적 제한공격 방어계획(GPALS·조지 부시 행정부)으로, 국가 미사일 방어(NMD·빌 클린턴) 계획으로 축소·변경됐다. 하지만 조지 W 부시는 MD 구축을 금지한 탄도탄요격미사일(ABM) 조약을 무효화해 법적 정당성을 다진 뒤 동맹국의 미사일 방어 개념을 포함시키는 현 MD 개념을 완성했다.

미국은 이 계획을 위해 8차례 시험을 실시했으나, 요격 미사일의 추진 로켓이 요격 로켓에서 제대로 분리되지 않는 등의 기술적 장애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 MD기술 현실성 논란

MD 계획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날아오는 총알을 총알로 쏘아 맞추는 것에 비유되는 요격 능력(hit to kill)에 대한 의문이다. MD 비판론자들은 현 단계의 기술로는 대기권 밖에서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은 사실상 환상에 가깝다고 단언한다.

대륙간 탄도 미사일(ICMB)에 여러 개의 탄두를 장착하거나 풍선 형태의 위장 탄두(decoy)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요격 미사일을 교란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기권 밖의 진공 상태에서는 진짜 탄두나 가벼운 금속편이 모두 같은 속도로 비행하기 때문에 요격체가 진짜 탄두를 식별하는 데는 물리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미 국방부는 지금까지 실시한 8차례의 실험에서도 3번은 실패를 경험했다. 성공한 5차례의 실험도 한 개의 교란 장치만을 달고, 데이터를 사전에 입력하고 실시한 점을 감안하면 실전의 성공 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영국 BBC 방송은 "미국인들은 시간과 돈만 있으면 결국 요격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MD 지지자들은 불량국가나 테러집단 등 잠재적 위협 세력이 자신들의 무기가 미국에 의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만으로 미국의 안보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비용이다. 의회는 미사일 방어 계획을 위한 연구 비용으로 매년 80억 달러를 책정해 왔다. 미 정부가 2년 뒤 요격 미사일을 배치하기 위해서는 의회로부터 15억 달러를 추가로 승인받아야 한다. 앞으로 얼마의 추가 비용이 들지 모르는 상황에서 기술 개발이 따라주지 않을 경우 의회와 미국민들의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도 크다. 조지 W 부시 정부의 MD 계획 추진이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 세력인 미 군수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