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는 17일 오후 대전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현지에서 직접 견제하기 위해서다. 이 후보는 충남도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충청도는 조상 대대로 살아온 저의 고향으로 저도 나중에 이곳에 묻힐 것"이라고 운을 뗀 뒤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조목조목 비판했다.이 후보는 우선 "4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정동영(鄭東泳) 후보가 행정수도 이전 의견을 내놓았을 때 노 후보는 분명히 반대했다"면서 "노 후보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은 충청표를 얻기 위한 무책임한 졸속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수도 이전 공약은 충청도를 땅 투기장으로 만들 것"이라며 "권력 실세와 결탁해 정보를 미리 빼낸 외지 투기꾼들에게 과실이 돌아갈 게 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지금 민주당은 충청도 곳곳을 다니며 가는 곳마다 수도 이전의 대상지인 것처럼 충청인을 현혹시키고 있다"며 "수도 이전 공약은 대전과 충남·북을 선거에 악용한 후갈등으로 내모는 묵과할 수 없는 기만책"이라고 충청 민심을 자극했다.
그는 "수도권은 수도권대로 살리고 지방은 지방대로 살리는 상생의 비전과 전략이 있다"며 대전 과학기술 수도 건설 안면도 디즈니랜드 조성 오송 바이오산업단지 건설 충북 유니버설 스튜디오 조성 등 '21세기 충청권 발전 10대 공약'을 제시했다.
이날 이 후보의 기자회견은 당초 충남도청 중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민주당이 '신 관권선거'라고 항의, 급히 기자실로 바뀌었다. 이 후보는 또 미리 배포한 회견문에 들어 있던 '충청이 낳은 정치지도자 김종필(金鍾泌) 자민련 총재를 정치 대선배로 깎듯이 모시고 구국의 길을 함께 갈 것'이라는 등 JP 관련 내용을 "초고에서 보지 못했다"며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과기부와 정통부의 이전 시기를 못박을 수 있나.
"기능별 수도화전략, 정부개편안 등과 맞물려 있어 시기와 일정을 못박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안면도 개발공약은 급조된 것 아닌가.
"공약은 실현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구별해야 하는데 노 후보의 수도 이전은 비용과 경제적 여파를 생각할 때 실현 불가능한 것이다. 안면도를 국가 차원에서 개발해 문화관광 중심지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
―김종필 자민련 총재가 어제 청양·홍성에서 양비론을 펴며 대선중립을 선언했는데.
"누구든 뜻만 같으면 같이 가겠다. 그 분도 여러 가지로 깊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대전=김성호기자 s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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