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승자가 될지는 예측할 수 없지만 선택이 잘못된다면 한국은 과거 50년 발전사의 마지막 단계에서 실패할 수 있다."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17일 '김 이후:핵 긴장, 경기 하강, 반미 시위' 라는 제목으로 한국의 대선을 한 면에 걸쳐 집중 분석했다.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후보와 노무현(盧武鉉) 민주당 후보의 짤막한 약력 소개와 함께 두 후보의 정책에 대해 논평한 이 신문은 대선 결과에 따라 한국의 다음 정권은 "국제적으로 또 국내적으로 매우 다른 길을 걷게 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대북 정책, 재벌 정책에서 판이한 식견을 갖고 있는 두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도 "시장을 개방하라는 국제 압력과 포퓰리즘 정책을 원하는 국내 압력 사이에 갇히게 될 것" 이라며 색깔 차이에서 비롯된 정책의 혼돈을 우려했다.
이 신문은 특히 두 후보의 대북 및 대미 정책을 집중 분석했다. 북한 정권 변화를 시도하는 미국 정책에 반대하고 동북아, 특히 중국을 중시하는 한반도 정책을 옹호하는 노 후보는 워싱턴으로부터 보다 많은 독립성을 얻으려 하는 반면, 북한 정권의 고립을 내세우는 이 후보는 미국 정부와의 관계 강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후보의 경우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대북 강경 기조와 맞물릴 경우 한반도의 긴장을 심화시킬 위험이 있고, 노 후보는 한반도 문제와 같은 국제정세를 다뤄 본 경험이 적어 미국을 소외시한 정책은 국가 안보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재벌 정책에 대한 두 후보의 시각 차와 이에 따른 국제적 파장도 거론됐다. 기업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이 후보와 규제를 강화해 소득 불균형을 줄이는 방안을 선호하는 노 후보 모두 투자자들과 전문가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의 정책이 국제투자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을 것처럼 보이지만, 삼성 LG와 같은 재벌에 너무 많은 권한을 줘 문어발식 경영, 황제식 경영 등 악명 높은 재벌관행을 부추길 위험이 있는 반면, 노 후보는 과격한 노조와의 유착 우려 때문에 일부 경제 전문가로부터 "노 후보의 대통령 당선은 한국의 엄청난 실수" 라고 인식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대중에 영합하는 정치인은 하룻밤 사이에 자유시장론자가 될 수 없다" 는 노 후보에 대한 한 교수의 말을 인용한 뒤 재벌이 충분히 구조조정을 거쳤기 때문에 경제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게 많은 한국의 경제이론가들의 생각이라고 보도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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