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의 17일 기자회견은 대통령 취임 전 신당 창당 적극 검토 새 인재 적극 영입 현 정권 부패 실정 관련자 문책 야당과의 동반자적 국정운영 등 네 가지로 요약된다.노 후보의 의도를 읽어내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민주당, DJ와의 정치적 절연을 강조함으로써 여전히 반DJ정서가 강한 영남 유권자들을 유인하겠다는 계산이 엿보인다. 새삼스러울 수도 있는 '야당 존중' 방침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지지자들의 혼란과 혼선을 유도하기 위한 카드로 비친다. 인재 충원은 자신의 선거 모토인 새 정치론과 맥이 닿아 있는 것으로 기존 지지층을 한층 견고하게 다지겠다는 포석이다. 이는 민주당 기득권세력을 물갈이해 여권의 역학구도를 완전히 다시 짜겠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공약들의 실현 가능성은 별개의 문제이다. 우선 대규모 정계 지각변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신당 창당은 현 여권 주도 세력은 물론이고 한나라당 등 기존 정치권과의 갈등을 불러 올 가능성이 크다. DJ정부 실정·부패 책임 추궁도 강력한 과거청산을 시사하는 내용이어서 '노 정권'의 불안정성 논란을 가중시킬 위험이 있다. 다음은 회견 일문일답 요지.
―현 정권의 부패와 실정에 책임 있는 세력과 인사는 구체적으로 누군가.
"법적, 정치적으로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포괄적으로 뭉뚱그려 말한 거다."
―당 문호 개방에는 한나라당도 해당되나.
"배제하는 건 아니나 아직 거국내각을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 문호개방은 정당들이 지역과 계층면에서 편중돼 있는 한계와 벽을 깨겠다는 의미다.
―취임 전에 대대적 당직개편을 하고 신당 창당에 착수하겠다는 말인가.
"당의 개혁을 제안하고 적극적으로 주도해 나가겠다는 뜻이다. 내가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고 필요한 민주적 절차가 있다."
―적재적소에 인재를 모은다는 뜻은.
"전국적으로 골고루 인재를 등용하겠다는 대원칙을 제기한 것이다."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삼겠다는 의미는.
"야당과 대화하고 국민 통합형 정치를 하도록 하겠다. 이를 가로 막는 요소 중 하나가 지역구도다. 상대의 주장도 옳을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대화와 타협을 이뤄 나가겠다."
―오늘 기자회견이 단순히 영남표심을 겨냥한 것인가, 아니면 진짜 당선 후 청사진을 제시하기 위한 것인가.
"둘 다 있다. 아무리 선거에 유리해도 소신에 반하면 나는 안 한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