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은 세상 어디서나 똑 같다. 그들은 강이 없는데도 다리를 놓겠다고 약속하고 다니는 사람들이다." 1960년 대 초 소련 최고 지도자였던 니키타 흐르시쵸프가 한 말이다. 세상에 그런 멍청한 정치인은 없겠지만, 사람들은 이 같은 극단의 표현에서 진실을 느끼게 된다. 또 샤를 드골은 "정치인은 자기가 한 말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자기의 말을 믿는 것을 보고 정말 놀란다."고 말했다.■ 내일은 대통령 선거일이다. 후보자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현란한 공약을 들으면서 흐르시쵸프와 드골의 말을 생각하게 된다. 지키지 못할 공약을 분별하지 못하고 솔깃해하는 유권자들, 이 유권자들의 반응에 놀라버리는 후보들, 이런 것들이 선거운동이 절정에 달할 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닌가 싶다. 린든 존슨은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옳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옳은 일인지를 알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머리를 쓰며 복잡한 공약을 비교하는 것보다 이런 사람을 구분해내는 것이 보다 단순할지도 모른다.
■ 역사학자 토인비가 지도자의 자격에 대해 말한 것이 있다. "어떤 사람이 그가 지니기에 너무 큰 것을 갖게 되면 재난을 당하게 된다. 너무도 작은 영혼에 너무 큰 권력을 쥐어주게 된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 아마 세습이나 총칼로 권력을 잡은 권력자가 아니고 선거로 선출된 국가지도자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말일 것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우리 주변의 통설에 대한 준엄한 경고이다. 세계를 거느리는 권력을 잡은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을 연상하게 된다.
■ 후보자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단단한 가면을 쓰고 있다. 공약으로 뒤범벅이 된 가면 속의 얼굴을 찾는 일이 이번 선거의 유권자에게 정말 힘겨운 일이다. 헌법에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규정이 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다.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권력은 딱 하루, 내일 뿐이다. 나머지 1,825일 동안 권력은 청와대에서 나온다. 그 1,825일 후 한국은 몰라보게 변할 것이다. 그러나 결코 좋은 결과만 보장된 미래는 아니다.
/김수종 논설위원 s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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