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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 "소각장 다이옥신 이젠 걱정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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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 "소각장 다이옥신 이젠 걱정없죠"

입력
2002.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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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각장에서 나오는 다이옥신 찌꺼기요? 이제 환경오염 걱정 없이 해결가능하게 됐습니다." 15일 오후 경기 화성시의 태안읍에 자리잡은 (주)이앤이. 직원 22명에 140평 남짓한 조그마한 중소 업체지만 현장수(玄長洙) 대표이사는 자신감에 넘치는 목소리로 사뭇 흥분돼 있었다. 창업한 지 고작 2년. 하지만 무공해 청정연료인 '브라운 가스'를 이용, 유해폐기물 소각의 새로운 길을 트며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현 대표는 "유해 폐기물 소각에서 대기업체 누구도 이루지 못한 일"이라며 "상용화 되기도 전에 일본에서 먼저 이 기술의 가능성을 알아봐 벌써 30억원을 수출하는 성과를 이뤘다"고 말했다.

차세대 핵심환경기술 첫 수출성과

올 4월 일본의 기후하시마시 소각장에 브라운 가스 용융로를 판매하는 등 모두 30억원을 수출한 (주)이앤이의 개가는 정부가 지난해 6월부터 추진해온 차세대 핵심환경기술개발사업의 첫 수출실적. 사업 첫해인 올 6월까지 219개 연구과제에 791억원(정부 500억원, 민간291억원)이 투자된 가운데 69건의 상용화가 추진되고 있지만 수출이란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는 처음이다.

다소 허름한 건물에 기계장치들이 어지럽게 놓인 작업실 등 이앤이는 여느 중소업체와 다를 바 없어 보였지만 속내는 달랐다.

상용화되기 전에 일본의 ZET사로부터 이미 70억원의 자금 지원을 받고 있는 이앤이의 숨은 보물은 '브라운 가스'. 불가리아 출신의 율 브라운 박사가 30여년전 개발한 브라운 가스는 물을 전기분해할 때 발생하는 수소와 산소를 따로 분리하지 않고 혼합해서 만든 것.

연소시 일산화탄소, 질소산화물 등 유해물질이 나오는 화석연료와 달리 브라운가스는 유해물질 배출없이 단기간에 초고온을 형성하는 것이 장점이다. 이날 열린 시연회에서 기화온도가 5,920도인 텅스텐을 화염분사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브라운 가스가 단숨에 녹여버릴 정도였다. 현 대표는 "브라운가스는 물에서 나와 무공해 연료로 활용된 후 다시 물로 돌아가는 자연순환형 에너지로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브라운 가스 발생기는 6㎗/h 정도의 소용량만 개발돼 산업체에서 상용화가 어려웠지만 이앤이가 이번에 개발한 것은 300㎗/h의 용량. 이앤이는 이와 관련 15건의 특허를 받았고, 세계 특허도 출원중이다.

이 브라운 가스를 이용한 용융(melting) 시스템은 특히 유해 소각재(ash) 를 환경오염 없이 저렴한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는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환경부 최흥진(崔興震) 환경기술 과장은 "쓰레기 소각시 발생하는 다이옥신 등이 응집된 소각재를 국내에서는 매립 외에 특별한 처리 방법이 없었다"며 "이번 개발로 브라운가스 용융에 관한 원천기술을 보유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국내 환경기술 수준 아직은 걸음마 단계

(주)이앤이 외에도 상지대 연구팀이 개발한 가축분뇨 처리시 배출되는 물질을 전량 자원화하는 기술이 8억원의 국내 판매실적을 올리는 등 차세대 환경기술개발 사업이 서서히 산업체에 활용되기 시작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사업 시행후 산업체 기술이전이 37건, 산업재산권 출원·등록 145건, 학술지 게재 및 발표가 837건이었다.

하지만 국내 환경기술 수준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5,800억 달러(약 690조원) 규모에 이르는 세계 환경시장을 미국, 일본, 독일 등 환경선진국이 8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점유율은 1.2% 수준. 1990년에만 해도 정부 전체 환경과학기술 연구개발비가 32억원에 불과했을 정도다.

올 7월 환경부 자체 평가에 따르면 환경기술은 선진국 대비 40∼70% 수준. 그나마 오폐수 처리, 유해폐기물 처리 등은 보급단계에 있지만 청정생산기술, 지구환경대책기술, 생태계 복원기술 등 첨단 환경분야는 여전히 실험실 연구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이앤이의 현 대표는 "브라운 가스와 관련, 기술입증이 안 됐다는 이유로 국내에서 등한시하는 동안 일본에서 먼저 기술 투자를 해왔었다"며 국내의 환경기술 투자 인색에 아쉬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환경부는 앞으로 10년 동안 총 1조원을 투입하는 계획을 세우고 차세대 환경기술개발 사업을 지난해부터 추진, 뒤늦게 환경기술 개발에 발동을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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