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밤의 마지막 TV토론은 예상대로 차별화된 후보의 모습을 제시하지 못했다. 토론이 유권자의 선택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줄지 의문이다.말미에 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후보간 1대 1 토론에서 대선 최대쟁점 중 하나로 부상한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공방이 잠시 있었으나, 제한된 시간 때문에 기존 입장을 확인하는데 그쳤다. 두 후보가 이 문제에 대해 양자토론을 갖지 못한 게 새삼 아쉽다. 두 후보는 이전비용과 수도권 공동화 및 부동산 가격폭락 여부 등을 놓고 양보 없는 설전을 계속했다. 주제가 사회 문화 교육 여성 문제여서, 긴급 현안인 북한 핵 문제와 여중생 사망이 기폭제가 된 반미 정서 등은 아예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토론 주제 중 세 후보가 그나마 차별화된 의견을 제시한 대목은 고교평준화와 언론사 세무조사 정도 였다. 특히 언론사 세무조사를 놓고 이 후보와 노 후보는 첨예한 의견 대립을 보였다. 이 후보는 언론사 세무조사가 언론탄압의 수단으로 이용돼선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노 후보는 언론사라고 해서 정당한 법 집행에서 예외가 될 수 없으며 언론의 자유와 세무조사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정부가 의료분업과 교육 등 주요 정책에서 완전 실패했다는 전제 아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했지만, 노 후보는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잘못된 것은 시정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권영길 후보는 한나라당은 모든 것을 국민의 정부에 뒤집어씌우는 '적반하장(賊反荷杖)당'이고, 민주당은 정책의 일관성을 상실한 '갈팡질팡당'이라고 양당 모두를 싸잡아 비난했다.
토론은 끝났고 남은 것은 유권자의 판단과 선택이지만, 2002 대선 TV 토론은 많은 개선 여지를 남겼다. 선거가 끝난 뒤 미디어 선거의 제도적 개선방안에 대한 본격 검토가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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