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의 계절이 왔다. 내가 한국에서 제일 좋아하는 것 중 하나다. 귤은 춥고 건조한 날 수분을 공급해 주고 먹고 난 뒤 수북이 쌓인 껍질은 공기 중에 좋은 향을 퍼뜨린다.미국에선 탕헤르(Tangerine·귤의 일종)와 오렌지가 모두 여름 과일이다. 오렌지하면 떠오르는 이 계절 차이가 내가 귤 먹는 걸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다. 사람은 성장하면서 계절의 패턴에 익숙해진다. 언제 어떤 음식을 먹는지에 대한 감각을 자연스레 체득하게 되는 것이다. 사과는 서늘한 늦가을, 완두콩과 버섯수프는 비오는 겨울, 이렇게 말이다. 그래서 나에게 추운 겨울 귤을 먹는 것은 한 겨울에 여름을 맛보는 것과 같다.
한국과 달리 고향에선 겨울에 비가 오고 태풍이 그 전조다. 그래서 6월 한반도가 태풍권에 접어들면 난 삼복더위에도 불구하고 겨울을 느낀다. 7월 내내 비가 오는 동안에도 나는 '겨울이 언제 끝나지'라고 생각한다. 완두콩과 버섯수프가 생각난다.
비올 때 먹는 것 또는 오렌지를 먹는 계절과 같이 내가 어려서 배웠던 계절의 패턴은 이 곳 한국에서의 생활 패턴과는 맞지 않는다. 이 계절적 불일치가 12월에 맡는 여름의 냄새 만큼이나 감각의 기쁨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뜨거운 여름 냉면이 어울린다는 한국 친구들의 제안과 커다란 배가 가을에 익는다는 사실을 나는 신뢰해야 하는 것이다.
한반도 전역의 기온이 떨어지고 있다. 겨울이 왔다. 불행히도 미국과 한국의 관계 역시 '겨울'로 접어들고 있다. 최근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는 이 갈등을 더 고조시켰다. 사건의 사법적 쟁점이 무엇이든 간에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근처에 장갑차가 다닐 수 있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이 개정된다고 한국의 안전이 위협받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SOFA의 개정은 미군이 자신의 군사작전을 수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다 나은 SOFA 집행을 위해 새 태스크포스가 꾸려진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더 많은 것이 필요하다. 미군은 한국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근본적으로 재평가하고 사령부는 어떤 음식이 어떤 철에 어울리는지와 같은 기본적인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나서 실질적인 변화에 나서야 한다. 어린 소녀들이 장갑차에 치일 수 있다는 것은 무언가 근본적으로 잘못되어 있는 것이다.
웨인 드 프레머리 미국인 서울대 국제지역원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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