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통령 선거 과정을 보면 젊은 층과 나이든 층의 의견 차이가 두드러진다. 그 이전 선거에서도 세대간의 의견 차이는 있었지만, 이번처럼 확연하지는 않았다. 대선 후보 등록 이전에 행한 여론조사에서 선두주자 두 명에 대한 지지율은 20대와 50대 이상에서 완전히 반대로 되어 있었다.세대간의 의견 차이는 동서고금을 통해 존재했으므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다. 젊은 세대는 기성 세대의 잘못을 비판하게 마련이고, 반대로 기성 세대는 그 동안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현재의 사회를 유지하는 데 관심이 많게 마련이다. 세대간의 적절한 긴장 관계는 사회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연 현재 우리의 세대간 갈등이 우리나라를 잘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해서 답하기 위해서는 인구 분포의 변화와 세대간 의식의 차이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우리나라는 출산율이 저하되고 급속히 노령화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나라 여성 1명이 임신 가능한 기간 동안 낳는 출산력은 평균 1.5명으로, 인구를 일정한 규모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2.1명을 크게 밑돌고 있다.
아울러 우리나라에서 14세 이하 인구에 대비한 65세 이상의 노년층 인구는 현재 35%선으로서 세계 평균인 23%대를 크게 앞서고 있다.
또 하나 주의 깊게 보아야 할 점은 우리 나라의 저축률이 10년 전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1988년 우리나라 가계의 저축률은 27%였는데, 2000년에는 15%대로 줄어서, 일본이나 대만보다 낮은 상태가 되었다. 특히 20대의 경우 신용카드 사용액도 많고, 자신의 소득보다 소비를 많이 하여 현금서비스를 받는 경우도 많다.
일할 인구는 줄어드는데 저축률도 줄어든다면, 앞으로 노년층을 부양할 경제력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20∼30년 후, 일하는 세대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 명약관화하다. 단적으로 앞으로 약 30년 후 국민연금에 적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이러한 상태가 반드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현재의 기성 세대는 그래도 어느 정도 가난이 무엇인지 몸으로 경험했고, 소득 저하를 감수할 인내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풍요 속에 자란 젊은 세대가 노년층을 부양하는 부담을 감내하지 않으려고 한다면 세대간 갈등은 크게 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세대간 이해관계의 변화는 이미 미국에서는 나타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태어나서 이미 50대를 훌쩍 넘겨버린 베이비 붐 세대는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반면, 1970년대 이후 태어난 20∼30대는 복지 지출에 반대하는 개인주의적 성향을 갖게 되었다. 사실 미국 젊은 층의 보수화는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때부터 나타나서, 현재 공화당의 지지 기반이 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젊은 세대가 개혁적이고 나이든 세대가 보수적인 상태로 머물러 있다. 현재의 이런 경향은 정치적으로 갈등을 일으킬지언정, 경제적인 면에서 갈등 소지는 상대적으로 적다. 왜냐하면, 복지 지출의 부담자인 젊은 층이 정부 지원에 찬성하고, 수혜자인 노년층은 아직 노후를 개인이나 가족 차원에서 해결하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앞으로 현재의 젊은 세대가 장년층이 되면 세태가 바뀔 것이다. 젊은 세대가 복지 지출에 반대한다면, 세대간 갈등은 단지 좋아하는 후보자가 다르다는 정도가 아니라 주머니 돈을 놓고 서로 싸우는 꼴이 될 것이다. 이 때 현재의 젊은 세대는 나이가 들어서 자신의 젊은 시절 의견이 자신의 상황과 맞지 않았음을 뒤늦게 깨닫게 될 것이다.
홍 기 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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