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서방 언론들은 한국 대선을 신세대와 구세대 또는 개혁파와 보수파의 대결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다.특히 최근 반미 감정과 북한 핵 대응 문제가 주요한 이슈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미 시사주간 뉴스 위크 최신호(23일자)는 '두 개의 한국'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번 대선에서는 이회창(李會昌) 후보를 지지하는 50대 이상의 구세대와 노무현(盧武鉉) 후보를 지지하는 20∼40대 신세대의 양극화 현상이 지역감정보다 중요한 화두로 등장했다"며 "한국 대선 사상 후보들의 특성과 지지세력이 이번처럼 확연하게 대립한 적은 없었다"고 보도했다.
또 "사회 변화를 갈망하는 386세대가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얼마나 극복하느냐에 따라 대선 결과가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로이터 통신도 "이 후보는 사회 집권층, 재벌 및 친미파 등 보수층에게, 노 후보는 사회운동가와 노동자, 반미파 등 개혁파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미 변수에 대해 미 뉴욕 타임스는 최근 "진보적인 노 후보는 물론, 미 행정부 노선과 좀더 가까웠던 이 후보마저 한·미 관계의 수정을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한때 주한 미군 철수를 주장하기도 한 노 후보가 한국인들의 반미 정서에 더 어필하고 있다"고 분석했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국은 한·미 관계 유지를 위해 내심 이 후보의 당선을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두 후보의 차이는 대북 정책에서 확연히 드러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뉴스 위크와 AP 통신 등은 "이 후보는 햇볕 정책 포기와 대북 강경 선회를, 노 후보는 햇볕 정책 유지와 대북 유화책을 각각 제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들은 예외 없이 이번 대선이 3김 시대와 결별하고 어떻게 새로운 정치 시스템을 만들어낼 것인가를 묻는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16일 "3김은 보스 지배, 지역 대립, 부패 등 한국 정치의 나쁜 이미지를 의미하고 있다"면서 "노무현, 이회창 후보는 출신지 기반이 약한 공통점이 있고 둘 다 3김 정치 청산을 호소한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이날 "한국 상공에는 지금 북한 핵 문제라는 '북풍'과 반미감정이라는 '미풍'의 두 바람이 불고 있다"며 "50세 이상의 보수층과는 달리 젊은층은 북한이나 미국에 대해 유연한 사고를 갖고 있다"고 젊은층의 향배에 주목했다.
이 신문은 "젊은층의 투표 행동은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지만 예측 불능"이라면서 "특히 1987년 민주화 운동의 주역이자 본격적인 민주주의 이행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386세대가 크게 요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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