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한 주말 나들이의 차중 화제는 난개발 현상에 쏠리기 마련이다. 평화로운 전원 분위기이던 서울 근교의 산야가 온통 고층 아파트 숲으로 변해버린 모습이 자연히 그런 화제를 촉발한다. 신도시를 만든다면서 어떻게 저렇게 촘촘히 짓게 해주었을까. 이런 개탄이 계기가 되어, 얼마 전 용인시 직원 등 50여명이 난개발 허가와 관련된 비리 혐의로 구속 또는 불구속 입건된 사건으로 화제가 옮아갔다. 결론은 수도권 정책의 단견으로 낙착되었다.■ 나들이 귀로에 '난개발의 한가운데'에 산다는 일행의 아파트를 방문하게 되었다. 용인 수지 아파트의 첫 인상은 65평이라는 주거공간의 면적에 대한 놀라움이었다. 현관에서 거실까지의 거리가 호텔 복도를 연상시킬 정도였다. 두 자녀를 출가시켰고, 미구에 막내까지 에우면 부부만 남을 텐데 왜 이렇게 넓은 주택이 필요할까…. 정년이 얼마 안 남은 대학 교수라지만, 출퇴근이 쉽지 않고 연료비 부담도 만만치 않을 텐데, 왜 그런 불편을 자초할까 싶기도 했다.
■ 더 놀란 것은 그의 집을 나설 때였다. 밤이 꽤 늦었건만 밑에서 바라본 고층 아파트는 불이 안 켜진 창이 더 많았다. 전세도 안 나가고 팔리지도 않아 비어 있는 집들이라 했다. 전매수익을 노려 분양을 받았지만 공급과잉으로 전세도 매매도 값이 떨어졌으니 어쩔 것인가. 혹심한 교통난에 학교도 주민 편의시설도 없어 살기가 이만저만 불편한 게 아니라는 얘기였다. 서울 나들이 때 출퇴근 시간을 피하지 않으면 길에서 허비하는 시간이 더 많다고 했다.
■ 그런 신도시가 무수하게 생겨났고, 지금 진행 중이거나 착공 예정인 택지개발사업 지구가 경기도에만 145곳 5,900만평 규모다. 올해 연말 우리나라 주택 보급률은 100%를 넘어설 것이라 한다. 동당 한 가구로 계산되는 다세대·다가구 주택을 포함하면 106% 쯤 되리라는 게 한국은행 추계다. 그런데도 정부는 또 수도권에 700만평의 택지를 공급하겠다 한다. 수도권 과밀 문제가 발등의 불이 된 가운데 유력 대통령 후보간에 행정수도 건설 공방이 뜨겁다. 서울 아파트 값 걱정과 과밀해소, 어느 것이 중요한지 결정할 순간이다.
/문창재 논설위원실장 cjm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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