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에 둘러싸인 도시인들에게 하늘 가까운 곳에서 부처의 삶을 완성해 가고 있는 티베트인의 생활과 문화를 소개하고 싶었습니다."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있는 티벳 박물관(02-735-8149)이 16일 개관 1주년을 맞았다. 20여년간 세계 곳곳의 민속품을 수집해 온 신영수(50)씨는 지난 해 가정집을 개조해 박물관을 열었다. 그리고 하루 평균 100여명의 방문객을 맞고 있다.
신씨가 티베트를 만난 건 1992년. 네팔 친구와 함께 히말라야를 등반하다 고원도시 무스탕(네팔령)과 라다크(인도령)를 지났다. 불교 및 무속 관련 민속품을 수집해 오던 신씨는 우리 탱화에 영향을 준 탕카와 복식의 화려한 색감에 매료돼 티베트 유물에 빠졌다. 매년 2∼3번씩 히말라야를 찾았다. "비행기나 차가 없어 걸어 다녀야 해요. 4,000m이상의 고원에선 숨이 막히고 어지럼증이 심해 고생 좀 했지요. 산에서 노숙하는 것은 보통이었습니다." 그렇게 다니면서 1,400여점의 유물을 모았다.
혼자 보기 아까워 박물관을 열었다. 현재 박물관에는 천장(天葬·조장과 유사한 티베트의 전통장례) 사진과 인골(人骨) 공양그릇 등에서부터 라마승의 법복과 16마리 야크로 만든 털외투까지 13∼20세기의 유물 600여점이 전시돼 있다. 박물관이 좁아 나머지는 집에 보관하고 있다. 2008년께 집 근처 경기 포천에 3,000평 규모의 박물관을 새로 만들 계획이다.
신씨는 내년 5월 티베트의 수도 라사를 방문할 생각이다. 그는 "인근에 철도가 들어서고 젊은이들이 청바지와 야구모자를 즐기는 등 티베트도 10년간 많이 변했다"며 "중국의 문화말살 정책과 개발 가속화로 문화재 보존이 제대로 안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은형기자 voi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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