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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서울시의 편들기

입력
2002.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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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서울시청 맞은편 서울시의회 앞에선 낯선 시위가 펼쳐졌다. 택시기사, 철거민 등의 단골 집회장소인 이곳에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광역의회 소속 의원 200여명이 모처럼 모여 목소리를 높였다. 전원 한나라당 소속인 이들이 비를 맞으며 의회 밖까지 나와 절박하게 주장한 것은 "행정수도 이전반대" 였다.일요일인 15일 오후에는 서울시가 긴급브리핑을 하겠다며 부랴부랴 보도진을 불러모았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도시철도공사 노조의 파업 대책을 설명하는 자리였지만 시는 행정수도 이전에 최소 54조원이 든다는 시정개발연구원의 급조된 자료를 공개하는 데 더 열을 올렸다. 자료라는 것도 "시의 갑작스런 요청으로 연구가 충분하지 못했다"고 연구원이 실토할 정도의 빈약한 수준이었다.

이명박(李明博) 시장, 정두언(鄭斗彦) 정무부시장, 서울시 의회 등은 요즘 틈만 나면 "행정수도 이전은 국가적 대재앙"이라고 열변을 토하고 있다. "수도를 옮기겠다는 데 서울시 행정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가만히 있는다는 건 무책임한 일 아니냐" "특정 정당 또는 특정 후보를 돕기 위한 것이 아니다"는 이들의 항변이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최근 이들의 행태를 보면 정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보도자료를 내고 기자간담회를 갖는 것도 모자라 수방사나 전경기동단 위문방문 등 별 관련이 없는 자리에서도 빠짐없이 행정수도 이전 반대를 부르짖는다. 15일에는 간부들을 모아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행정수도 이전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시 내부에서 조차 "정치인 출신 시장, 부시장이 앞장서서 벌이는 싸움판에 왜 우리까지 동원돼야 하느냐"는 볼멘 소리가 공공연하게 터져 나온다. 이미 서울시의 입장은 국민들에게 충분히 전달됐다. 수도 이전 문제는 대선이 끝나고 실제 추진될 때 문제 삼아도 늦지 않다. 대선이 불과 이틀 앞으로 다가온 시점이다.

이성원 사회2부 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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