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금엉금 기어가는 아기, 짖어대는 개, 비행접시 등을 만화처럼, 낙서처럼 표현한 미국 작가 키이스 헤링(1958∼1990)의 작품전이 충남 천안시 아라리오 갤러리(041―551―5100)에서 개막해 내년 2월 16일까지 열린다.헤링은 그간 국내에서 단체전을 통해 드문드문 소개된 적은 있지만 생애 전 기간의 작품이 고루 나오는 본격 개인전은 처음이다.
그는 1980년대의 대표적 작가로 팝아트 이후 상업미술의 새 형식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뉴욕 지하철과 버스에 그린 장난기 어린 상징적 그림문자의 낙서 행위는 생애 후기에 공공미술 프로젝트와 미술관 및 화랑 전시를 통해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헤링은 엄숙한 예술에 반기를 들고 '대중을 위한 예술'을 주창했다. 도시와 인간, 성적 자유, 에이즈 등 사회정의 문제를 주제로 했던 그의 그림은 동성애자였던 것을 감안하면 한층 쉽게 이해되기도 한다.
이번 전시는 89년 개관한 아라리오 갤러리가 보수단장을 마치고 2년만에 여는 재개관 기념전. 이 화랑이 여러 모로 흥미롭다. 천안 도심 종합터미널 내 위치한 지상 5층 건물에 순수 전시면적만 900평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갤러리다.
자수성가한 사업가 김창일(金昌一·51) 대표가 미술에 대한 유별난 관심으로 '뉴욕현대미술관에 버금가는 모던 아트의 미술관'을 목표로 만들었다. 김씨는 평소 그림 작업을 하면서 대형 도록을 내기도 했고, 현대미술계의 신동으로 불리는 영국 작가 데미언 허스트의 250만 달러짜리 작품 'Hymn' 을 비롯해 앤디 워홀, 아르망, 운보 김기창 등의 작품 수천 점을 소장해 전시한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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