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때로 무한 떠돌이를 꿈꾸지만힘겹게 산마루턱에 오른 내 몸이 끝내
서울로 돌아가는 기차 시간을 재촉한다
통금 시절 달빛 맞으며 달음박질치던 길이
산에까지 따라와 나를 서둘게 한다
내 영혼은 여기 남겨두고
몸만 빠져나가 내려가기로 한다
무풍에서 골짜기 따라 안개로 올라온 그리움과
영동에서 또 그렇게 올라온 물한리 계곡과
김천에서 올라온 징소리 울음과
이런 것들 모두 나의 꿈을 닮았으므로
이 높은 곳 바위벽에 또 하나의 나
머리 셋 포개진 부처님으로 살거라
눈 뒤집어써서 오히려 청정한 얼굴들
가부좌하고 남녘 땅 내려다본다
이성부
●시인의 말
마애삼두불은 충북 영동과 전북 무주 사이에 솟은 석기봉(1,200m) 정상 아래 바위의 마애불상이다. 머리 세 개가 포개져 있어 기이한 형상이다.
● 약력
1942년 광주 출생 경희대 국문과 졸업 1961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 시집 '이성부 시집' '우리들의 양식' '백제행' '평야' '빈 산 뒤에 두고' '야간산행' '지리산' 등 현대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 대산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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