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이회창(李會昌) 후보 지지층의 투표율 높이기와 부동층 공략을 위해 막판 선거운동 슬로건을 '정권교체'와 '안정'으로 단순화하기로 했다. 짧은 기간에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와의 차별성을 부각하고 지지세를 결집하는 데 이보다 더 간결하고 효과적인 메시지는 없다는 판단에서다.한나라당은 반창(反昌) 후보단일화 등으로 잠시 흐릿해진 정권 심판론을 일선 조직을 총동원해 집중 홍보, 영남권을 하나로 묶고 부동층을 흡수한다는 전략이다. 한 고위 당직자는 15일 "6·13 지방선거 및 8·8 재보선 때와 같은 반(反) DJ 기류가 되살아 나고 있다"며 "이는 민주당의 재집권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호소가 먹혀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또 공동 정부 운영에 합의한 노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표의 이념 성향 차이, 두 사람의 정책조율 과정에서 드러난 노 후보의 '즉흥적' 입장 선회 등을 들어 노 후보의 '불안정성'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방침이다. "이런 지도자는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갈지 예측하기 어렵다"(서청원·徐淸源 대표)는 식이다. 이와 관련, 한 후보특보는 "노 후보 주변에서 공공연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도 표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적으로는 PK(부산·경남)가 최후의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고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한 관계자는 "이 곳의 예상 득표율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며 "숨은 표를 끌어내 지지율을 지금보다 10%포인트 끌어 올린다면 박빙의 승부에서 결정적 승기를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후보는 16일 3차 TV토론 이후 수도권 유세에 전념하려던 일정을 일부 변경, 대전-대구-울산-부산을 잇는 바람몰이 유세에 나서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민주당은 선거 막판 이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의 승리가 굳어졌다고 보고 최종 '끝내기'전략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표가 공동 유세에 나선 이후 한나라당측의 이런 저런 공세에 대응하기가 한결 수월해졌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때문에 투표 직전까지 노 후보와 정 대표의 확고한 연대를 통해 '새 정치'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민주당 막판 전략의 핵심 축이다.
행정수도 이전 공약 및 북한의 핵 동결 해제선언에 대한 방어와 대응에 있어서도 정 대표의 국제적 감각과 보수적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것이 민주당측 복안이다. 이 같은 노―정 연대는 아직까지 마음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을 흡수하는 데에도 약효가 있을 것으로 민주당은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한나라당이 대세 반전을 위해 노골적으로 지역정서에 불을 지를 것"이라고 예상, 이를 미리 차단하기 위한 대책도 강구키로 했다. 민주당에서 '이 후보가 호남을 방문, 핍박 받는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영남 민심을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추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민주당은 지역정서 외에도 한나라당의 막강한 조직과 자금이 막판에 총동원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내심 불안감을 떨쳐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런 물량 공세에 맞서 노 후보가 일으키는 '바람'이 PK를 중심으로 어느 정도까지 뒷심을 발휘해 주느냐가 승패의 관건이라고 보는 것이다.
민주당은 노 후보 자신은 물론이고 당 차원에서 혹시 예기치 않은 '실수'를 할 경우 판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보고 이를 예방하는 데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수도권과 젊은 층의 투표율 제고를 위한 홍보 활동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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