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한도축소 등의 여파로 제도 금융권에서 밀려난 저(低) 신용자들이 최후의 보루인 사채시장에 몰리고 있으나 이곳에서마저 홀대를 받고 있다. 대부업계 역시 부실발생률이 높아지자 개인대출의 문턱을 지나칠 정도로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장 급전(急錢)이 필요해도 어떤 경로로도 돈을 구할 수 없는 '신용난민'이 급증, 개인파산 도미노사태가 야기될 것이란 우려가 일고 있다.13일 기업형 사채업자 단체인 한국소비자금융연합회(한금련)와 대부업계에 따르면 사채시장의 개인대출 승인율(속칭 기표율)이 최근 한달 사이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금련 소속 회원사들의 경우 대부업법이 시행된 직후인 11월만 해도 대출승인율이 평균 40%에 달했지만 12월 현재 20∼25%로 급감했다. 10명의 고객 중 평균 2명에게만 돈을 빌려 준다는 얘기다.
주요 대부업체들은 다중(多重)채무자에 대한 대출심사를 한층 강화, 카드빚이 많은 고객에 대해서는 과거와 달리 재직사실이나 재직기간, 급여수준 및 재산보유현황 등에 관한 서류를 기본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직업이 불안정하거나 소득 수준이 낮은 사람은 연 60% 이상의 고금리 소액급전 대출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기업형 대금업체인 위드캐피탈의 이선재 사장은 "대부업법 시행으로 금리 상한선(66%)이 생긴 탓도 있지만 개인대출은 잠재부실이 워낙 크기 때문에 대다수 업체들이 영업을 극도로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자산건전성과 영업실적이 좋은 일본계 대부업체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A& O나 해피레이디 등 일본계 대형업체들에는 최근 1,2 금융권에서 밀려난 신용불량자들이 한꺼번에 몰리고 있지만 대출 승인률은 상당히 저조하다. 해피레이디의 경우 고객 1인당 평균 대출액이 10월만해도 320만원이었으나 이달 들어 220만원으로 급격히 축소됐다. 해피레이디 관계자는 "모집인을 통한 '중개대출'의 경우 대출 승인율이 10%도 채 안 된다"며 "최근 몇 개월간의 휴대폰 요금 납입영수증 등을 면밀히 검사해 갚을 능력이 있는 고객에만 대출을 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대부업체를 찾는 고객은 은행권 신용대출(금리 10%대)→카드 현금서비스(20%)→캐피털 소액대출(20∼30%)→상호저축은행 소액대출(40%) 등의 경로를 거치며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완전히 밀려난 저신용자이기 때문에 사금융권의 대출제한은 이들을 '한계상황'으로 몰 것으로 우려된다. 금융계 관계자는 "대부업체에서도 거부당한 수십만의 한계 신용자들은 불법 카드깡 업체나 연 1,000% 대의 폭력적인 지하 고리대금업자를 찾아갈 수밖에 없다"며 "사회불안 요인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이들을 제도금융권으로 흡수할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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