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브록 지음·한승동 옮김 나무와 숲 발행·1만3,900원"진지한 기자정신이 아니었다. 내가 원한 것은 사람의 눈길을 끄는 일…"
폴라 존스 사건을 폭로해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궁지에 몰아넣었던 데이비드 브록이 97년 4월 에스콰이어지에 기고한 참회록 중 일부다. 아메리칸 스펙테이터지의 스캔들 폭로 전문기자로, 권력욕에 불타는 힐러리의 행적을 담은 '힐러리 클린턴의 유혹' 등의 책을 통해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던 그가 어째서 자신이 폭로했던 사건들을 부정해야 했을까?
'어느 보수주의자의 고백'이라는 부제를 단 '우익에 눈먼 미국'(Blinded by the right, 2002년)은 보수주의 진영에서 오랫동안 몸담아 왔던 브록 기자가 스캔들이 보수진영의 목적을 위해 어떻게 이용되는지를 낱낱이 밝힌 일종의 고백서다. 저자는 르윈스키와 폴라 존스 사건, 화이트워터 사건, 애니타―힐 사건 등 수많은 스캔들을 목격했고 폭로전에 가담했다.
문제는 이러한 사건들이 실제로는 클린턴 행정부를 공격하기 위해 조작되거나 과장되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숱한 섹스 스캔들이다. 클린턴 행정부 때 국방부 장관에 지명된 존 타워는 술주정뱅이에 여자를 밝힌다는 언론의 공격을 받았다. 그 주장의 사실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결국 장관 지명 인준을 받는데 실패했다.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도 언론의 확인되지 않은 폭로로 이어져 정치적인 타격을 안겨주었다. 저자는 직접 취재했던 폴라 존스 사건만 해도 실제로 드러난 증거는 없고 루머만이 떠돌았지만 우익 언론들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이것을 '섹스 매카시즘'이라고 규정한다. 당시 공화당 상원의원으로 클린턴의 탄핵을 적극 주장했던 존 애쉬크로프트는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자 법무부장관으로 기용됐다. 에너지 장관이 된 스펜서 에이브럼, 법무부 차관이 된 테드 올슨 등도 모두 클린턴 저격수들이었다.
헤리티지 재단은 한반도 위기 상황을 이용한 안보상업주의만을 내세워 먹고 살았다. 저자가 일했던 아메리칸 스펙테이터지의 최대 후원자인 석유재벌 상속자 리처드 멜린 스케이프는 진보적인 컬럼비아 저널리스트 리뷰지의 기자에게 "공산주의 갈보야, 꺼져"할 정도의 광적인 우익으로 CIA의 논리를 전파한다고 책은 소개한다.
그러나 책이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서술된 것은 문제. 가령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이 건전한 우익을 표방했으나 알고보면 양아버지 밑에 어두운 과거를 보냈으며 이혼 후 아이 양육비도 제대로 보내지 않았고, 게이 및 레즈비언 보좌관을 고용했다고 비난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저자가 클린턴을 공격할 때 썼던 방법을 다시 우익을 향해 보낸다는 느낌이 강해 책의 호소력을 떨어뜨린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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