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체 10여군데에 입사원서를 냈으나 취업에 실패한 여대생 윤모(24·K대 컴퓨터공학과 4년)씨는 졸업이 두달여 앞으로 다가오자 초조하기만 하다. 윤씨는 "채용박람회에 가면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력서조차 내보지 못했다"고 푸념했다. 그는 "채용박람회라고 해봤자 대기업은 참여하지도 않는데다 천편일률적으로 사무직뿐이니 일자리를 고르려야 고를 수가 없었다"고 토로했다.채용박람회가 구직수단으로 각광받으면서 온라인으로까지 확대되고 있지만, 채용박람회를 통해 취업에 성공하는 구직자가 열명 중 한명꼴도 되지 않아 구직자와 기업체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인터넷 취업사이트 인크루트(www.incruit.com)가 11월 구직자 1,220명을 대상으로 조사, 1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응답자의 6.4%(78명)만이 '취업박람회를 통해 일자리를 구했다'고 답했다. 특히 신입의 경우 100명 중 5명꼴에 불과해 대졸예정자들에겐 취업박람회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기업도 171개사 중 20.5%(35개사)만이 취업박람회에서 직원을 채용했다.
사이버채용박람회도 무용지물이기는 마찬가지. 대학생 김모(K대 건축학과 4년)씨는 "사이버채용박람회에서 몇군데 대기업에 원서를 냈더니 희망기업은 소식도 없고 원서를 보내지도 않은 데서 연락이 오더라"며 "소득없이 개인신상만 공개한 것 같다"고 씁쓸해 했다.
채용전문기관 리크루트 관계자는 "하반기에만 10여개의 채용박람회가 열려 수만명의 구직자가 몰려들었지만 참가자 중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은 극히 소수"라며 "노동부, 지자체까지 나서서 채용박람회를 유치하지만 실적조차 집계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크루트 이광석(李光錫) 대표는 "구직자가 요구하는 기업 및 채용정보를 제공하기보다는 보여주기식의 단발성 행사에 그치는 채용박람회가 많다"며 "직종 및 업종별로 특화함으로써 현장에서도 준비된 구직 상담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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