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건설 문제를 둘러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간의 양자 TV토론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13일 실무자 접촉이 토론회 제목을 둘러싼 이견으로 결렬되고 추후 협상 날짜도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양측은 책임 공방에 열을 올리고 있어 유력 후보들간의 '진검 승부'를 기대했던 유권자들만 골탕을 먹게 됐다.한나라당은 먼저 행정수도 이전 토론을 제안하고 관련 신문광고까지 냈던 민주당이 종합토론이라는 엉뚱한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애초에 토론을 하려는 의사가 없었다는 반증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양휘부(梁輝夫) 공보특보는 "이미 종합토론 형태의 대선후보 토론은 민주노동당을 포함한 3자가 3회 실시하기로 합의했고 16일 한 차례만 남긴 상태"라면서 "최소한 사회적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점에서 민주당이 느닷없이 두 당만의 추가 종합토론을 요구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한나라당이 '수도 서울 이전 가능한가'라는 제목을 고수해 합의가 무산됐다는 민주당 주장에 대해 양 특보는 "'수도 서울 이전'을 넣은 제목을 요구한 것은 맞지만 민주당이 단일 토론주제로 양보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는 "협의 내내 종합토론을 고집하다 차를 타고 떠나는 사람에게 지나가듯 말한 것도 양보냐"면서 책임 뒤집어 씌우기로 몰아붙였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어느 후보도 주장하지 않았던 '수도서울 이전 가능한가'를 제목으로 고집하는 바람에 토론 성사가 어려워졌다"고 한나라당을 탓했다.
김한길 선대위 미디어본부장은 실무접촉이 끝난 뒤"우리는 처음에는 정치 외교 안보 경제를 포괄한 토론을 주장했으나 한나라당은 처음부터 '수도 서울 이전 가능한가'를 제목으로 내놓고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우리는 토론을 성사시키기 위해 '행정수도 이전 가능한가' 단일 주제로 토론을 할 수도 있다고 양보했지만 한나라당 대표는 '내 협상권한이 너무 좁아 답을 줄 수 없다'며 그냥 가버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어느 후보도 주장하지 않은 수도서울 이전을 토론 주제로 하자고 고집하는 것은 국민을 대단히 혼란스럽게 만드는 일"이라며 "한나라당은 지금이라도 성의 있게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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