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 글·권문희 그림 사계절 발행·9,800원'내가 아주 어릴 때였나, 우리 집에 살던 백∼구…'
이렇게 시작하는 가수 김민기(51)씨의 노래 '백구'는 친구처럼 지내던 개 백구의 갑작스런 죽음을 맞은 아이의 슬픔을 동화 같은 노랫말과 서정적인 가락에 담아내 지금도 사랑 받는 포크송이다.
그림책 '백구'는 이 노래의 감동을 오늘의 어린이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기획한 작품. 노래 가사를 그대로 싣고 책 속에 수록된 미니 CD로 노래를 들을 수 있도록 만든 책은, 일러스트레이터 권문희(37)씨가 정감 어린 그림을 실어 노래 '백구'에 담긴 이야기를 시각적으로도 감상할 수 있다.
음반에서 흘러나오는 정겹게 짖는 백구의 목소리와 함께 책장을 열면 아이와 백구가 즐겁게 노는 모습이 화면 가득 보이고, 가슴 찡한 노래 속 이야기가 한 편의 스틸 사진처럼 연이어 펼쳐진다. 강아지를 낳다가 앓아 누운 백구, 백구를 안고 동물병원을 찾아가는 여자아이, 아픈 주사에 놀라 병원을 뛰쳐나가는 백구, 그리고 차에 치여 죽은 백구를 뒷동산에 묻어주는 아이와 철 이른 흰 눈 속에서 백구와 함께 뛰노는 아이의 간절한 꿈까지. 담담한 필치로 그려낸 한장 한장의 그림은 단순히 노래를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서정성을 한층 고조시키는 역할을 한다.
'커다란 차에 치여서 그만…'이라는 대목처럼 노랫말이 백구의 죽음을 차마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지 못하듯 그림책도 어른 몇 명이 둘러싸고 수군대는 모습으로 묘사해 절제미를 살렸고, 어린이들이 자라며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이런저런 이별의 아픔과 성장의 통증을 잘 담아냈다. 김씨는 잘 알려졌듯 '아침이슬' '친구' 등의 노래를 만들었고 지금은 소극장 학전의 대표로 있다. 삽화가 권씨는 서울대 미대에서 동양화를 공부했으며 주요 작품으로는 '까치와 호랑이와 토끼' '개똥벌레 똥똥' 등이 있다.
/김영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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