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국의 야오밍(22·226㎝·휴스턴 로케츠)이 미 프로농구(NBA)에서 활약하고 있는 소식에 고무돼 있는 선수가 있다. 신동파 이충희 허 재로 이어지는 한국농구의 간판스타 계보를 이을 차세대 기수 방성윤(195㎝·20·연세대 2년)이다.정기 연고전 포함, 올해 22연승을 달리며 대학농구 전관왕(MBC배 종별대회 전국체전 대학농구연맹전)을 달성한 연세대 무적시대의 중심에 방성윤이 있다.
195㎝ 100㎏의 당당한 체구에 덩크슛부터 3점슛까지 다양하게 구사하는 전천후 플레이어인데다 출중한 외모까지 겸비, 스타성이 뛰어나다. 게다가 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으로 병역혜택까지 받아 한국인 최초로 NBA 코트를 밟을 유망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11일 신촌 연세대캠퍼스에서 만난 방성윤은 학우들의 사인공세에 시달리는 신세대 스타의 전형이었다.
"실력보다 높이 평가돼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에요. 그렇지만 NBA무대에서 샤킬 오닐, 코비 브라이언트 같은 선수들과 플레이하는 장면을 상상만해도 가슴이 뜁니다. 실제로 올스타전 멤버로 오닐의 마크를 뚫고 슛하는 꿈을 자주 꿔요." 밝게 웃는 방성윤의 얼굴엔 반드시 꿈을 이루겠다는 각오가 엿보였다.
■방성윤의 양어머니 어 박사님
휘문중 1학년 때 농구에 입문한 방성윤은 휘문고 3학년 시절 태극마크를 달았고 그 해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 우승을 이끌며 MVP를 받을 만큼 탄탄대로를 걸었다. 하지만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던 방성윤은 대학진학 후 연습도중 오른쪽 무릎 연골이 완전히 찢어지는가하면 새끼발가락 이상과 발등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해 선수생명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그때 저를 보살펴 주신 은인이 프로농구 LG의 스포츠메디슨 디렉터(체력과 재활훈련 전문가) 어은실 박사였어요." 방성윤 스스로 '양어머니'라고 부른 어씨는 당시 최희암 연세대감독의 부탁을 받고 방성윤의 무릎 관절상태를 진단한 뒤 '차세대 기대주가 채 피어나기도 전에 좌초되기 직전'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당장 발벗고 나섰다.
어씨는 전화통화에서 "성윤이의 관절과 근육은 무리한 훈련과 잘못된 운동습관으로 인해 상체는 성인, 하체는 초등학생 수준의 불균형 상태였다"며 "작년 10월 무릎수술 후 올 3월까지 5개월간 하루 12∼14시간의 참기 힘든 재활훈련을 시켰고 성윤이는 눈물을 쏟아내며 이를 악물고 이겨냈다"고 설명했다.
■NBA진출 자신한다
"공을 손에 풀로 붙여놓은 것 같은 빠른 드리블과 창의적 플레이가 가능해야 NBA에 갈 수 있다고 합니다. 국내 선수들은 서 있는 시간이 너무 많고 느리다는 조언도 들었구요. 순간적인 파워와 빠른 동작이 가능하도록 근육훈련에 집중하고 슛 연습도 하루 200개이상 하고 있습니다."
방성윤의 미국진출을 추진하는 연세대 설준희 농구부장과 김남기 감독은 마치 내년에 미 대학농구(NCAA) 진출이 성사된 것처럼 알려지는 분위기를 경계했다.
당장 미국 대학팀에 가는 것은 학점이수 등 문제로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결론이다. 일단 내년에 연세대팀의 미국 농구캠프 참가를 추진하고 스카우트들의 눈에 띄도록 적극 후원한다는 방침이다.
앞으로 7월의 휠라캠프나 8월의 하와이 빅맨캠프 등 꾸준히 문을 두드려 정식 NBA캠프 참가자격을 획득한다는 계획이다.
김 감독은 "성윤이가 미국에서 가드로 뛰려면 스피드 등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타고난 감각과 본인의 집념이 워낙 강해 수년 내 꿈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며 "야오밍 열풍에서 보듯 우리 동포들이 많은 LA클리퍼스 등의 구단주들이 흥행성을 고려해 원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농구와 열애중인 20세 대학생
코트를 벗어난 방성윤은 눈에 띄는 체격을 빼곤 또래와 다를 바 없는 신세대다. 압구정동에서 친구들과 술도 마시고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 삼매경에 빠지기도 한다. 별명은 '방가'. 아이스하키와 야구 경기 보는 것을 즐기지만 농구만큼 재미를 느끼진 못한다. 여자친구가 없어 크리스마스 계획을 못 잡은 게 좀 아쉽단다.
그는 "농구를 왜 하냐"는 원초적 질문에 "경기 종료와 동시에 승부를 뒤집는 짜릿한 버저비터를 느낄 권리" 때문이라고 답했다.
"아시안게임을 치른 큰 경험이 저를 한단계 성숙시킨 가장 소중한 자산이었어요. 승현이 형의 게임리딩 능력, 거칠게 몰아치는 장훈이 형의 흔들림 없는 자신감, 큰 키에 속공가담이 가능한 주성이 형 등 선배들의 장점을 배우고 친해진 게 값진 추억이죠."
방성윤은 최근 유독 자주 떠오르는 기억이 "결승전 때 야오밍과 부딪히며 미래에 NBA에서 한판 붙어볼 만하다고 막연하게 느꼈던 자신감"이라고 말했다.
/글=박석원기자 spark@hk.co.kr
사진=박서강기자
● 프로필
생년월일: 1982년 6월3일 인천 출생 신체조건: 195㎝· 100㎏ 혈액형: A형
출신교: 대현초―휘문중―휘문고―연세대 농구시작: 휘문중 1년
포지션: 슈팅가드, 스몰포워드 대표발탁: 2000년 휘문고 3년
좋아하는 선수: 김승현(동양) 김주성(TG) 마이크 비비(새크라멘토 킹스)
수상경력: 2000년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 우승(최우수선수상)·영맨선수권대회 3점슛상
·코맥스배 국제초청대회 우승,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
가족: 방대식(48)장영숙(41)씨의 1남1녀 중 장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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