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민주당의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공약의 비현실성을 집중 공격하며 수도권과 충청권의 표심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한나라당은 "수도를 이전하면 엄청난 국가 경제 혼란이 뒤따른다"는 논리를 앞세운다. 민주당의 '정치 수도 따로, 경제 수도 따로'는 머리 속에서나 가능할 뿐 실제로는 외국 공관과 대기업 본사 등의 연쇄 이전으로 수도권 공동화(空洞化)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에 따른 수도권 일자리 감소와 경제 위축으로 서민 가계가 피폐화할 수 있는 데다 수요 감소로 부동산 가격이 급락해 자산 디플레이션을 부르면 거대한 악순환으로 국가 경제 위기를 부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임태희(任太熙) 제2 정조위원장은 "집값 하락 후 금융기관이 대거 부동산 담보 대출금 회수에 나서면 신용대란과 개인파산, 주식시장 붕괴 등이 순차적으로 닥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나라당은 당면한 안보상의 이유에서는 물론 통일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수도 이전은 안 된다고 밝힌다. 국가 안보가 수도권 사수를 중심으로 짜이는 현실에서 2,000만 수도권 주민의 안보 불안 해소 대책, 수도권에 집중된 군 부대의 이전 등 안보 전략에 대한 고려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전 비용은 6조원이면 된다는 민주당 주장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은 "최소 40조원 이상이 든다"고 반박한다. 1978년 행정수도 계획 입안 당시 추정 예산이 5조원이었던 데다 사회기반 시설 구축을 고려할 경우 20∼30년 간 100조원 이상이 든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현 정부청사 및 개발토지 매각 대금으로 대부분 충당할 수 있다" "광역상수도 확장으로 용수난 해결이 가능하다"는 설명에는 각각 "신 청사 건설 후에야 매각과 이전이 가능한 만큼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 "대청댐 규모(13억t)의 용수댐 건설이 필요하다"고 일축한다. 이밖에 부모의 직장이나 자녀의 학교가 수도권의 집과 떨어지는 '이산 가족' 발생 등에 따른 민간 부담도 이전 비용에 포함해 계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민주당은 행정수도를 이전해도 수도권은 물류·금융·IT(정보통신) 등 국제적 경제중심 도시로 개발되는 만큼, 한나라당의 공동화 주장은 억지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수도권지역의 부동산 투기가 꺾이고, 집값이 안정돼 전·월세로 사는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난이 대폭 해소된다는 게 민주당 설명이다. 한나라당의 집값 하락 주장은 자산가치 하락을 과대포장한 '대국민 협박' 논리라는 것이다. 주가도 부동산 안정 및 건설투자 활성화로 오히려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해찬(李海瓚) 기획본부장은 "수도권 인구 증가율이 연간 25만 명인데 이대로 방치하면 조만간 인구의 50%가 수도권에 집중돼 도시붕괴가 예상된다"며 "행정수도 이전은 수도권 인구 과밀화를 해소하고 교통난과 대기오염 등을 줄여 쾌적한 도시주거환경 조성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또 정부 지출 재정규모는 대전 둔산지구 개발비 1조8,600여억원을 포함해 모두 6조원으로, 현 정부청사 및 개발토지 매각 대금으로 대부분 충당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나라당의 40조∼50조원 예산 소요 주장은 정부 재정과 민간자본을 모두 합친 총비용으로 '국민 불안 조장용'이라는 얘기다.
박정희 정권 시절 5조원 비용 추산도 밀림을 깎아낸 브라질리아 건설을 근거로 한 만큼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상수도 문제는 향후 유입인구를 50만명으로 가정할 때 충남 중부권 광역상수도, 아산 공업용수도, 대청댐 광역상수도 확장사업 등을 통해 대청호·충주호에서의 공급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또 현행 수도권 체제로 통일이 되면 북한 주민의 수도권 유입으로 수도권 집중이 심화하지만, 행정수도 이전 시 서울·평양과 함께 다극체제로 수도 기능의 역할과 기능을 분담하면서 점차 분권형 국가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했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 전문가들 "집값" 예상
행정수도가 이전되면 수도권 집값은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부동산 전문가들은 수요분산으로 집값이 다소 떨어져 안정추세로 들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일부의 우려처럼 폭락하는 사태는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
정부부처 등의 이동으로 부동산 수요가 감소하는 현상은 과거의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과천 정부 청사 이전으로 분당 등의 신도시가 개발되면서 90년대 초반 서울의 집값이 떨어진 적이 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신도시의 입주가 진행된 90년에서 95년까지 서울의 집값은 대략 10%가량 하락했다. 부동산114 김희선 상무는 "수도권지역은 그동안 만성수요 초과로 집값 급등이 반복돼 왔다"며 "주택 공급에 큰 변화가 없는 가운데 수요가 줄면 집값은 자연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말했다.
문제는 집값 하락의 폭. 민주당 계획에 따르면 행정수도 이전으로 약 100만 명의 분산효과가 예상된다. 100만 명은 서울인구의 약 10분의 1정도로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수요가 극히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서울과 수도권지역의 주택보급률 자체가 낮기 때문에 폭락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부 통계로는 올해 전국 주택보급률이 100%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도권 지역은 90%정도에 그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보다 낮은 80%정도로 보고 있다. 때문에 그만큼 인구가 빠져나가도 하락의 저지선이 마련돼 있다는 분석이다. 내집마련 정보사 김영진 대표는 "행정수도 이전은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집값하락세의 반영도 천천히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행정관련 기관만 이전하고 금융 등의 산업기반이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그대로 남기 때문에 급격한 추락은 없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서울지역에 공급된 물량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혼란을 최소화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닥터아파트 곽창석 이사는 "올해 서울에 일반분양으로 공급된 아파트는 1만3,000여가구로 지난해의 절반수준"이라며 "내년에도 경기침체 예상으로 주택공급은 크게 늘지 않을 전망이기 때문에 수요분산으로 인한 충격파는 제한적"이라고말했다.
행정수도 이전이 실제 진행되면 인구분산으로 서울·수도권지역은 주거환경이 개선돼 집값이 오히려 다소 상승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없진 않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 전문가들이 보는 "비용"
행정수도 이전비용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분분하다. 민주당은 정부가 6조원(예비비·물가상승분 제외시 4조5,000억원) 정도만 지출하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서울, 과천의 기존 청사를 팔면 이전비용을 대부분 충당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인천공항 조성에 7조5,000억원, 전남도청 이전에 2조5,000억원이 들어간 사실을 지적, 행정수도 이전에는 부지매입비를 빼도 최소 40조원이 든다고 반박하고 있다.
민간 전문가들의 견해도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전 규모나 시기에 따라 금액이 크게 달라지는 만큼 비용 논란은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정식 전 국토연구원장은 "충청권에는 정부 대전청사가 건설돼 있는 등 이미 인프라가 구축돼 새로 행정기능을 옮기는데 6조원 정도면 충분하다"며 "민주당이 주장하는 이전비용 6조원에 추가로 4조원이 더 든다 해도 정부 1년 예산의 10% 정도이어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가 추정하는 이전 비용은 인프라가 구축돼 있음을 전제로 대략 5조8,005억원. 부지 57만5,000평에 행정타운 건물의 전체 연면적을 100만평이상으로 조성할 경우 부지매입비 1조1,150억원, 청사건축비 4조1,350억원, 기타 부대비용 6,138억원이 소요된다는 것.
그러나 이는 청사 건립 및 이전 비용만 계산한 것으로, 주거지역 등 신도시 개발 비용까지 포함하면 엄청나게 늘어난다는 지적이다. 안건혁 서울공대 도시계획과 교수는 "6조원은 단순히 정부 부처를 옮기는 이사비용일 뿐"이라며 "인구 50만명을 기준으로 도시기반시설에 5조원, 다른 도시와 연결 도로 등 건설에 5조원, 아파트·상가건설에 30조∼40조원 등 부지매입비를 빼도 최소 40조∼50조원이 든다"고 주장했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대표도 "대전 둔산지구 조성에 들어간 1조3,365억원을 현재 돈가치로 따진다면 10조이상이 되는 만큼 민주당이 내세우는 6조원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행정수도의 조성비용에 대한 논란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있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박사는 "새 수도의 규모나 이전시기 등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비용 추정은 '고무줄'일 수 밖에 없다"며 "강북재개발 발표로 집값과 땅값이 두배나 오르는 판에 조성비용에 대한 논의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김박사는 "오히려 10∼20년간 수도 이전에 따른 국민과 기업들의 이전비용 및 기회비용, 통일이후 수도 원위치 가능성에 따른 위험비용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혁기자 hyuk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