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끝내 핵 동결조치의 해제와 핵 시설 가동을 선언한 것은 충격적이다.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어서가 아니라, 북한이 핵 시설을 재가동할 때 일어날 사태가 지극히 불안하고 위험하기 때문이다. 만약 북한과 미국이 충돌국면으로 가면 장차 우리의 안보와 동북아 지역의 안정이 크게 흔들릴 것은 재론이 필요치 않다.더욱이 미국이 예멘으로 가던 북한 화물선을 일시 정선시켜 미사일적재 사실을 밝혀낸 후 풀어주는 등 전에 없이 적극적인 북한 봉쇄작전을 벌인 것도 이번 사태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의 핵 동결 조치 해제와 핵 시설 가동선언이 미국과의 정면대결을 의미한다고는 보지 않는다. 오히려 미국에 대해 "벼랑 끝 전술"을 통해 협상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이 파국을 염두에 두었다기보다는 미국을 협상 쪽으로 나오도록 압박했다고 보는 편이 훨씬 합리적인 해석일 것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담화에서 핵 동결 해제 선언이 '비밀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위해서가 아니라 '전력생산에 필요한 핵 시설 가동과 건설'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는 국제사회에 미국의 중유공급 중단으로 인한 에너지 문제의 심각성을 호소하고 이를 대미 협상카드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풀이할 수 있다. 담화는 또 "우리(북한)가 핵 시설들을 다시 동결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미국에 달려 있다"고 말해 대미 협상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정부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를 열고 이번 사태의 평화적 해결원칙을 세운 것은 적절한 대응이다. 필요하다면 김대중 대통령의 특사를 평양에 파견해 북한을 설득하는 능동적인 자세도 필요하리라 본다. 아울러 미국에게도 평화적 해결 다짐을 받아 두는 외교노력도 병행해야 할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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