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주요 선거에서는 크고 작은 돌발 사건이나 폭로 등이 터져 나와 선거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이중에서 1997년 대선 직전에 터진 IMF 구제금융신청 등 정치권과 무관한 사건도 있었지만 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국민회의가 터뜨린 '장학로(張學魯)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축재 의혹 전말' 등 대형 폭로전도 있었다.이런 사건은 예상과 전혀 다른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92년 12월11일의 '초원복집 사건'이 대표적인 예이다. 당시 국민당 정주영(鄭周永) 후보측은 김기춘(金淇春) 당시 법무장관이 민자당 김영삼(金泳三) 후보를 돕기 위해 마련한 부산지역 기관장 모임에서 나온 "YS가 안 되면 영도다리에서 빠져 죽자"는 등의 원색적 발언을 담은 녹음테이프를 공개했으나 결과는 거꾸로 영남 표심의 결집을 불렀다.
돌발 사건 가운데는 분단 상황 때문에 북한 관련 변수가 가장 많았다. 15대 총선을 며칠 앞둔 96년 4월5일과 6일 북한 병사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 무단침입했다. 이 사건은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난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는 전날 양형섭(梁亨燮) 최고인민회의 의장의 발언과 맞물려 전쟁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97년 대선에서도 한나라당이 비슷한 사건을 시도하려 했다는 '북풍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앞서 13대 대선을 보름 정도 앞두고 87년 11월29일에 터진 KAL기 폭파사건은 탑승객 115명 전원의 목숨을 앗아갔다. 더욱이 선거를 하루 앞두고 폭파범 김현희(金賢姬)가 서울로 압송돼 대북 안보 심리를 극적으로 자극했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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