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국민통합21 간의 공조가 무산 위기 상황으로 치닫는 가운데 통합21 내에서 공조 문제를 둘러싸고 내홍이 일고 있다. 통합21 일부 인사들이 항명 움직임을 보이는 등 정몽준(鄭夢準) 대표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올랐다. 통합21 민창기(閔昌基·사진) 전 후보단일화추진단장이 11일 정 대표에게 민주당과의 조속한 공조를 촉구하면서 탈당한 것은 이런 기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민 전 단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정 대표와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지고도 이긴 거인, 이기고도 겸손한 승자로 떠오르기 위해 이제는 공조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 대표가 정책 조율 이야기를 되풀이해 탈당을 결심했다"면서 "노 후보의 당선을 위해 돕겠다"고 밝혔다.
민 전 단장은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정 대표의 용인술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모씨도 지금은 '석양의 탱고'가 됐듯이 그 동안 중요 역할을 맡은 사람들을 보면 회의 원탁에서 한 바퀴 돌았더라"며 "강아지처럼 열심히 뛴 사람들이 일이 끝나면 용도 폐기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의 탈당 배경에는 정 대표 지시로 만들어진 '단일화 여론조사 실사위'에서 진술서를 쓰는 등 모욕을 당한 데 대한 반발도 있다. 정 대표의 일부 측근은 "민 전 단장이 민주당과 교감하는 것 아니냐"고 의구심을 보냈다.
이날 당직자회의에서는 정 대표 직계들과 '적극 공조파' 사이에 설전이 벌어졌다. 정 대표 직계들은 "노 후보측이 요즘 지지율이 괜찮아 자만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적극 공조파인 이철(李哲) 전 의원 등은 "민주당이 무성의하다고 지적하면 공조가 어려워진다"고 반박했다. 적극 공조파 중 일부는 추가 행동 불사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가 끝난 뒤 전성철(全聖喆)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측이 정책 조율에서 성의가 없는 것 아니냐는 생각과 함께 실망감이 든다"며 민주당의 자세를 겨냥했다.
민주당에는 두 가지 기류가 있다. 비둘기파들은 "노 후보의 확실한 승리를 위해 반드시 정 대표의 협력을 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일부 매파들은 "정 대표의 공동유세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노 후보의 신계륜(申溪輪) 비서실장은 "우리는 약속의 실천을 기다리는 입장이지만 공조는 전적으로 정 대표가 결정할 사안으로 우리가 강요할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 대표가 공조에 적극 나서지 않는 배경에 대해서는 '정 대표의 심기설'과 '공동정부 협상 엇박자설' '한나라당 및 현대 가문의 권유·압력설' 등이 거론된다. 정 대표는 '단일화여론조사 실사위'를 구성하고 이익치(李益治) 전 현대증권 회장의 귀국 기자회견에 여권이 개입됐을 가능성도 거론하는 등 단일화 과정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정 대표는 노 후보의 '행정 수도 이전' 공약을 비판하는 논평을 준비하라고 지시하는 등 노 후보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양당은 최근 물밑에서 차기 정부 역할 분담을 둘러싼 협상을 해왔으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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