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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 전편보다 풍부해진 재료와 양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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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 전편보다 풍부해진 재료와 양념

입력
2002.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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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천원짜리 비디오(1편)를 빌려볼 성의가 없는 사람은 2편을 즐길 자격이 없다." J.R.R. 톨킨의 방대한 판타지 '반지의 제왕'을 영화로 만든 뉴질랜드 감독 피터 잭슨은 전편을 보지 못한 관객에게 2편이 좀 이해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오만하게 답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반지의 제왕―두 개의 탑'(The Lord Of The Rings―The Two Towers)은 1편보다 심도깊은 캐릭터와 리듬감있는 에피소드로 구성돼 따로 떼어 놓고 보아도 충분히 즐길만하다.사우론에게 패퇴한 간달프(이안 맥켈런)의 싸움을 기억하는 것으로 3시간짜리 긴 이야기는 시작된다. 9명이었던 반지 원정대는 7명으로 줄었고 게다가 둘, 셋씩 모두 세패로 헤어졌다. 프로도(엘리야 우드)는 충직한 친구이자 하인인 샘(숀 어스틴)과 함께 불의 산을 찾아가다 골룸을 만나게 된다. 사루만(크리스토퍼 리)의 우르크하이 군대에게 잡혀간 메리와 피핀은 말하는 나무의 보살핌을 받게 된다. 아라곤(비고 모르텐슨)과 레골라스, 김리는 메리와 피핀을 찾기 위해 그들의 흔적을 따라가다 죽은 줄 알았던 간달프를 만나게 된다. 사우론은 암흑세계의 두개의 탑인 오르상크와 바랏두르를 통합, 악의 세계를 점점 더 공고하게 구축해간다. 사우론이 중간계의 자유왕국인 로한을 거점화하기 위해 대규모 전쟁을 벌이자 아라곤과 레골라스, 간달프는 힘을 모으게 된다.

2편은 한마디로 재료와 양념이 더욱 풍부해졌다. 신비함과 현실감을 동시에 갖춘 중간계 같은 절경과 평범한 호빗족 청년이 반지의 운반자가 되는 운명의 전환이 1편의 기본 줄거리였다면 2편은 멋진 전사의 이미지를 더욱 뚜렷하게 증명하는 아라곤, 반지의 노예가 되어 흉측한 괴물로 변한 골룸, 현명하지만 노쇠한 마술사에서 죽음의 직전 더욱 강력한 힘을 갖게 된 간달프 등 싱싱한 재료가 보강됐다. 오르크, 우르크하이 등 사루만의 사악한 종족들의 이미지 역시 꽤나 파괴적이다.

그러나 스펙터클과 전투장면만으로 긴 상영시간 동안 관객을 집중하도록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다. '두개의 탑'은 곳곳에 중층적인 캐릭터와 정치적 상징을 심어놓음으로써 깊이와 볼거리를 갖춘 판타지 영화로 승격시켰다. 반지 운반자 프로도는 점점 힘이 거세지는 반지의 힘에 휘둘려 때로 성마르게 샘에게 화를 낸다. 반지에 대한 욕망에 '내성'을 가진 프로도였으나 '절대 권력'이 갖는 유혹은 육신을 가진 존재로서는 완전히 떨쳐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로한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은 톨킨이 소설을 발표했을 때 "히틀러 앞에 무력하게 분열한 유럽을 상징화했다"는 평론가들의 분석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절대 선은 각 부족의 이익이나 존재의 유지를 위한 욕망 앞에서는 또한 무기력해질 수 밖에 없다. 고르곤 숲의 나무 종족인 엔트족의 이미지는 인간에게 약탈당해온 나무와 자연의 대반란으로 읽힐 만하다.

갈등과 불신은 2편의 핵심 주제어. 골룸과 프로도는 자신도 억제하지 못한 욕망에 사로잡히며, 각 종족과 반지 운반자들은 서로에 대한 불신으로 갈등한다.

B급 영화의 거장이었던 피터 잭슨의 재기발랄함과 할리우드식 장난도 눈요기거리. 방패를 스케이트보드 삼아 타고 내려오는 장면이나 전쟁 중에 목을 베며 숫자를 세는 것 역시 할리우드 스타일이다. 컴퓨터 그래픽이 지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쓰여 판타지 영화의 묘미를 살린 것도 높이 살 만하다.

이야기가 단순해 성인들에게는 다소 지루할만한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에 비해 훨씬 내용이 풍성하지만, 복잡하고 등장인물이 너무 많은 것을 싫어하는 관객들에겐 이것도 약점이 될 만은 하다. 19일 개봉. 12세 관람가.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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