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교를 제대로 올라가지 못하는 겁쟁이도 설악산 대청봉의 운해를 본 적이 있다. 천하의 게으름뱅이도 추암 촛대바위의 일출을 구경해봤을 것이다.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사진을 통해서 말이다.한국비경촬영단(단장 김종권)은 국토의 곳곳을 찾아다니며 아름답고 의미있는 곳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알리는 단체이다. 사진을 찍기 위해 여행을 한다는 것이 일반인들에게는 호사스러운(?) 일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김단장은 "사진을 찍는다는 것, 특히 풍경사진을 찍는 것이야말로 인내와 체력과 부지런함, 그리고 예술적 심미안을 모두 요구하는 힘겨운 작업"이라고 이야기한다.
풍경사진가는 대부분 극한상황에서 작업을 벌이게 된다. 지리산 연봉을 찍기 위해서는 남한의 육지에서 가장 높은 천왕봉까지 올라야 하고, 원시림을 담기 위해서는 무인지경의 골짜기를 몇시간이고 헤매야 한다. 단번의 시도로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는가. 천만에. 한번에 성공하려면 대단한 행운이다. 게다가 맨몸이 아니다. 무거운 촬영장비를 이고 지고 산에 올라야 한다. 쇳덩어리 같은, 아니 진짜 쇳덩어리이다. 그렇게 보면 풍경사진 찍기는 호사스러운 나들이가 아니라, 고행을 감수하는 작업이다. 물론 마음에 흡족한 사진 한 장을 손에 쥐면 힘든 모든 기억이 사라지지만.
한국비경촬영단에는 이런 고행자 약 500명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매주 출사를 떠난다. 20여명으로 단출할 때도 있고, 좋은 촬영지이면 큰 버스 몇 대의 인원이 되기도 한다. 당연히 초보자도 회원이 될 수 있다. 훌륭한 선배들로부터 지도를 받는 것은 덤이다. 이번 주말에는 겨울철새 도래지인 금강하구언 일대로 출사를 떠난다. 그동안 많은 재산(?)을 축적했다. 촬영단의 웹사이트에는 5,000여 컷의 한국비경이 살아 숨쉰다. 지역별, 테마별, 계절별로 분류해 놓았고, 매주 신선한 작품을 올린다.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 속이 개운하다. 고마운 여행자들이다. www.ephotoart.co.kr, (02)2285-2211
/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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