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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섬 거문도 / 붉게 물든 꽃터널, 넘실대는 푸른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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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섬 거문도 / 붉게 물든 꽃터널, 넘실대는 푸른 물결

입력
2002.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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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겨울인데도 따뜻하다. 여름철 중국 해안의 혹서와 살인적인 열기에 비하면 이곳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은 너무 매혹적이어서 떠나기조차 싫다.'(1867년 미국 슈펠트 함장의 거문도 탐사결과)'거문도 사건'으로만 기억되는 역사의 섬.

군사기지를 탐사하러 온 외지인의 눈마저 매료시킬 만한 진주 같은 섬이다. 작년 이맘때 이곳을 찾은 캐나다인 여교사도 '마법의 성'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10월 말부터 멍울지기 시작해 요즘 섬 전체를 붉게 달구기 시작한 동백이 일렁이는 푸른 파도, 단아한 기암괴석과 어우러져 남국의 정취를 쏟아낸다. 여수에서 서남쪽으로 114.7㎞, 제주와 여수의 중간 거리에 있고, 연평균 기온 16도로 서귀포와 더불어 전국에서 가장 높다.

서도에 있는 2㎞ 남짓한 등대 산책로는 온통 동백림으로 터널을 이룬다. 이제 막 빠끔히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해 2월 경이면 절정을 이루지만 성질 급한 놈은 이미 피었다가 져 동백터널의 바닥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동백은 지는 모양이 피는 것보다 아름다운 유일한 꽃. 시들며 이지러져 인생무상의 서글픔마저 느끼게 하는 다른 꽃과는 달리 동백은 뒷모습이 아름다운 '선비의 꽃'이다. 반쯤 벌어진 꽃송이가 그 모양새 그대로 툭, 툭 떨어진다. 사뿐히 즈려밟기조차 겁난다.

거문도 동백은 등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도로봉과 기와집몰랑을 거치는 신선바위코스를 비롯해 전체 수종의 80%가 동백일 정도다. 붉은 동백뿐 아니라, 흰색, 연분홍, 분홍색 등 9가지 희귀동백도 분포한다.

지금은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벌채가 엄격히 금지되어 있지만, 연료가 부족하던 시절에는 한 집당 땔감으로 동백 500단을 베어 겨울을 날 정도였다. 먹는 물 걱정도 별로 없었던 풍요의 섬이다. 동백 외에도 후박나무, 풍란 등 풍부한 난대림을 자랑한다. 번식력이 너무 왕성해 동백의 성장에 방해가 될까 봐 일부를 솎아내기도 했다.

동백림 사이사이로 보이는 수월산(128m)의 비경 또한 거문도의 상징이다. 등대에서 바라다보이는 쪽이 전수월산, 등대가 있는 봉우리가 후수월산인데 둘 사이의 야트막한 바위를 두고 푸른 물결이 넘나든다. 그래서 이름이 수월(水越)산이다. 잘 생긴 사람의 옆얼굴을 닮은 단아한 회백색 화강암 덕에 맑고 푸른 물빛이 더욱 돋보인다. 여수와는 또 다른 빛깔이다. 전국 해안이 적조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을 때 이곳만은 여전히 청정해역으로 톡톡히 재미를 보았다.

한창 제철을 맞은 감성돔도 낚시꾼들을 유혹한다. 일반 돔보다 훨씬 쫄깃쫄깃하고 고들고들한 육질이 상징하듯, 감성돔은 힘이 세서 수직으로 물질을 한다. 그래서 유달리 낚시 손맛이 좋다. 최근 낚싯꾼들이 버린 쓰레기가 환경문제화할 정도로 서도와 동도, 고도 등 섬 끄트머리 곳곳에 낚시포인트가 있다.

산책로의 끝에는 이국적인 정취를 물씬 풍기는 거문도 등대가 있다. 인천 팔미도에 이어 1905년 두 번째로 만들어진 등대. 프랑스에서 제작된 프리즘 렌즈에서 적색과 백색의 섬광이 15초마다 교차하며 40㎞까지 빛을 뿜는다.

23개월간 머물다 간 영국군의 흔적은 또다른 느낌을 준다. 역사적 오점으로 남는 사건이지만 주둔지의 요새화 작업에 일당을 주어 주민들을 고용했고 군의관들이 현지민을 치료하는 등 대민봉사도 적극적이어서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다고 전해진다. 서도의 영국군묘지를 비롯해 최근에는 테니스박물관 등 영국 관련 기념시설의 건립을 적극 모색중이다.

/거문도=글·사진 양은경기자 key@hk.co.kr

■ 거문도 여행 두배 즐기기

거문도 관광의 출발점은 역시 여수. 세계박람회 유치 실패로 시 전체 분위기가 침체됐지만 돌산대교의 조명은 여전히 아름답다. 근처 횟집에서 싱싱한 감성돔으로 미각을 충족시킨 후, 다음날 향일암 일출을 보면 첫 일정이 뿌듯하게 채워진다. 요즘은 날씨가 맑아 일출을 볼 확률이 50% 이상이다. 수도권에서 여수로 가는 기차는 새벽 5시 20분부터 14편, 버스는 새벽 6시부터 16편이 있다.

유람선 '페가서스'호가 여수에서 거문도까지 오전 8시와 9시, 거문도에서 여수까지 하루 2회 운항한다. 소요시간은 1시간 50분. 거문도-백도 유람선도 역시 하루 2회 (061)663-2191.

거문도를 충분히 둘러보려면 2박 3일 정도는 잡아야 한다. 거문도 내 숙박시설은 여관은 3만원, 민박은 2만∼2만5,000원. 거문도관광(www.geomundo.or.kr, 061-665-4477)에서 숙소 및 교통편에 대해 체계적인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밤 10시 50분에 서울을 출발, 거문도를 관광하고 3일째 되는날 향일암 일출과 여수에서 하동포구로 들어가는 뱃길을 거쳐 남원까지 가는 1박 3일 상품을 코오롱TNS에서 판매중이다. 2인 1실 19만 3,000원. (02)757-7780. 같은 일정에 버스 대신 열차로 떠나는 상품이 홍익여행사(02-717-1002)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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