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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 PC통신… "IT골동품이 좋아" / 구식제품 고집 마니아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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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 PC통신… "IT골동품이 좋아" / 구식제품 고집 마니아 많아

입력
2002.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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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째 삐삐를 쓰는 이준혁(30)씨는 친구들을 만날 때 마다 '아직도 삐삐 쓰냐'는 핀잔을 듣는데 이골이 났다. 또 인터넷보다는 PC통신이 더 좋다는 그가 어쩌다 통신 이야기를 할라치면 '인터넷이 뭔지는 아냐'는 식의 구박도 받는다. 이씨는 "편하게 잘 쓰고 있는데 왜 남들은 날 바꾸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항변한다.신제품과 첨단 서비스가 쏟아져 나오는 요즘 세상에 구식 정보기술(IT)을 고집하는 'IT 골동품 족'들이 있다.

2000년대 들어 초고속전송통신망(ADSL), 케이블 모뎀 등 초고속 인터넷에 밀려 도태되고 있는 PC통신의 경우 이런 IT골동품족들만 100만 명이 넘는다. 이들이 PC 통신을 사용하는 이유는 5∼6년 이상 사용해온 메일 아이디와 정든 동호회 때문이기도 하지만, 신문처럼 정보를 간결하게 보여준다는 점에 더 큰 매력이 있다. 천리안 이용자 김현진(32)씨는 "그림과 광고, 문자가 뒤죽박죽인 웹 사이트는 보고 있으면 현기증이 난다"며 "필요한 내용만 글로 정리해 보여주는 PC통신이 더 좋다"고 말한다.

전국 8만 3,000여명에 이르는 삐삐 사용자들도 이에 못지않은 IT골동품족들이다. 이중에는 의사나 군인처럼 직업상 단체 가입한 경우도 많지만 이중 5만 명 정도는 '휴대폰보다 삐삐'를 선택한 사람들이다. 가장 큰 장점은 '경제성'과 '여유'. 기본 이용료 8,000원에 문자 서비스 2,400원을 합쳐봐야 요금은 한달 1만원 정도다. 휴대폰과 달리 바로 응답할 필요가 없는 것이 삐삐의 장점이다. 지난해 8월부터 병원에서 나눠준 012 삐삐를 이용하는 수련의 이연희(26)씨는 "바쁘고 긴장된 생활 중에 휴대폰 받기가 여간 귀찮지 않다"며 "이런 사정을 아는 식구들이나 남자친구와는 삐삐로 메시지를 남겨 연락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도스, 윈도우3.1등 옛날 운영체제(OS)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386 PC에 도스와 윈도우3.1을 사용한다는 하이텔 OS동호회의 한 회원은 "좀 느려서 그렇지 인터넷도 잘 되고 무료로 구할 수 있는 옛날 프로그램도 많다"고 말한다.

서비스 제공업체에는 이런 IT골동품족들이 골칫덩어리다. 이제는 가입자가 적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사업이지만 소수의 고객들을 강제로 해약할 수도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버티고 있는 것.

PC통신의 경우 하이텔과 천리안이 서비스를 지속하고 있지만 이용료를 꼬박꼬박 납부하는 사용자는 전체 이용자의 절반인 50만 명 정도에 불과하다. 하이텔 서비스를 제공하는 KTH 관계자는 "인터넷에서 번 돈을 가져다 운영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사업성은 없지만 고객이 곧 재산이라는 생각으로 유지하는 중"이라고 말한다.

삐삐의 경우도 타산이 맞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2001년 3월부터 SKT로부터 무선호출기사업을 넘겨받은 인테크텔레콤의 경우 증권 정보를 제공하는 013 서비스를 포함해 현재 16만 명의 고객에게 서비스를 하고 있으나 올해만도 4만 명이 해지하는 등 빠른 속도로 고객이 줄고 있다. 기획실 한준식 과장은 "사업성의 한계에 도달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계속 서비스를 지속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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