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기업의 실적부진 경고와 일부 경기지표의 혼조 양상으로 국내외 증시가 조정국면을 맞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기나 기업실적이 개선된다는 신호가 나오지 않는 한 주가가 연말까지 700∼750선의 횡보장세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경제팀 교체와 저소득층에 대한 감세정책이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만만치 않다. 국내 경기도 수출 성장세가 지속되고, 내년 1분기를 기점으로 내수가 다시 살아날 것으로 보는 의견이 우세하다. 내년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종목을 저가에 매입하는 '길목지키기' 투자전략을 염두에 둬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내년 기업이익 10%선 증가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 중동전과 세계 경기의 디플레이션(저물가속 경기침체) 우려로 경기가 불안한 양상을 보이겠지만, 하반기 이후 수출과 정보기술(IT) 부문의 수익성이 호전되면서 기업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매출액 증가율은 평균 7∼9%로 올해보다 다소 낮겠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10%대의 성장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리증권은 최근 161개사를 대상으로 내년 실적을 추정한 결과, 매출액은 올해 8.5%에서 6.2%로 둔화하는 반면, 영업이익 증가율은 연간 18.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증권은 121개사의 내년 영업이익 증가율이 20.5%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대투증권은 275개 상장·등록기업을 분석한 '2003년 주요기업 실적 추정' 보고서에서 "미국의 IT 과잉설비 해소과정 지연, 중동지역의 긴장고조 등으로 실적 성장세가 다소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올해보다 7.4%, 14.1% 각각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산업별로는 하반기 이후 소비심리가 회복돼 음식료·섬유의복·통신서비스 등 내수부문의 안정 성장세가 이어지고, 석유화학·기계·반도체·운수창고 등 수출관련 업종도 호조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IT경기의 회복에 힘입어 반도체장비, 전자부품, 인터넷 등의 성장세도 두드러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리증권 이종승 기업분석팀장은 "내년 실적이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는 긍정적인 가운데 세계 경기가 회복되는 하반기 이후 본격적인 호조세를 보일 것"이라며 "반도체, 자동차, 전력, IT 업종이 실적 호전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수출 호전·업종 대표주 주목
교보증권은 10일 내년 기업실적 전망치를 토대로 수익성과 성장성이 우수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을 선정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거래소 종목 중 내년 예상 자기자본수익률(ROE)과 매출액 증가율, 영업이익·순이익 증가율이 평균 이상이고 최근(10월10일∼12월9일) 주가 상승률이 종합지수 상승률(21.4%)을 밑도는 종목을 주목하라는 것이다. 코스닥 종목도 내년 예상 ROE와 매출액 증가율이 모두 평균 이상이고 투자의견 '매수' 이상인 기업을 저가 매수하라고 주문했다.
대투증권은 안정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업종 대표군(농심, 한섬, LG화학, POSCO, 삼성전자, LG전자, 삼성전기, NHN 등) 고성장·저평가 종목군(빙그레, 제일모직, 네오위즈 등)을 내년 투자 유망종목으로 꼽았다. 동양증권 김승현 연구원은 "휴대폰 단말기 등 수출 호전주와 중소형 실적 호전주, 주식 맞교환으로 상승 모멘텀이 예상되는 SK텔레콤 KT 등 통신주에 대해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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