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기사가 시민단체 활동가로 변신했다.올 10월 문을 연 '아름다운 가게'의 최고령 간사로 2일 채용된 채희근(蔡熙根·47)씨. 최고령이라는 수식어 외에 그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10년 동안 버스운전기사로 일했던 특이한 경력이다.
시민단체 활동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던 채씨가 이 가게 직원채용에 응모한 것은 '우연 반 필연 반'이었다. 운전기사를 하면서 매연으로 본의 아니게 환경오염에 '일조'했다는 채씨는 일간지 채용공고를 보고 이 가게에 주저없이 지원했다. 채씨는 "버스를 운전하며 가게 앞을 9년간이나 지나쳤기 때문에 결코 낮설지 않다"면서 "이제는 환경보존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채씨의 환경 봉사활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채씨는 7년전 친구의 권유로 경제정의실천연합에 가입, 이미 3년간 열정적인 환경 파수꾼으로 활동했다. 당시 한창 문제가 되었던 '백화점 상품 포장지 줄이기 운동'과 '시내버스 매연 줄이기 운동'도 구상했을만큼 채씨의 환경인식은 오래 전부터 깨어 있었다. 채씨의 이 같은 환경사랑은 책에서 배운 것이라기보다 몸에 배인 습관 탓. 채씨는 "환경운동은 거창한 게 아니다. 분리수거하고 재활용만 제대로 해도 실천할 수 있다"며 자신의 환경철학을 피력했다.
현재 고등학교 3학년 딸을 둔 채씨는 "수입이 줄어 딸을 대학 보내는 게 걱정이지만, 아빠를 잘 이해해줘 너무 고맙다"며 "힘닿는 데까지 일하고 노후에도 자원봉사자로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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