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영화의 금맥이다. 그는 영화를 무엇이 있어야 할 곳에 척척 끼워 맞추는 기계공(Mechanic)이자 누구와도 다른 작품을 만드는 거장(Master)이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60)의 역작 '갱스 오브 뉴욕'의 주인공 암스테르담 역을 맡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28)는 그에 대한 칭송으로 말문을 열었다. 감독에 대한 배우의 일반적 '예의'를 넘어서는 수준."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아일랜드 이민자 청년이 갱으로 나오는 영화를 만든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가 18세였다. 그 때부터 나는 오로지 그 역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매니지먼트사까지 바꾸고 오로지 그로부터 연락이 오길 기다렸다." 2000년 첫 촬영에 들어갔으니 스콜세지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만 25년을, 배우는 8년을 기다린 것이다.
큰 눈이 내려 한 폭의 수묵화 같은 뉴욕 센트럴파크가 보이는 한 호텔에서 만난 디카프리오는 미소년 아이돌 스타에서 이젠 연기자 냄새가 물씬나는 '남자'로 변해 있었다. 영화를 위해 불린 몸무게를 굳이 빼지 않은 것도 한 이유. "로버트 데니로의 '택시 드라이버'를 보고 충격에 빠졌었다"는 그에게 데니로는 그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준 인물이기도 하다. 스콜세지 감독은 "'디스 보이스 라이프'에서 같이 출연했던 데니로가 디카프리오를 적극 추천해 마음을 굳혔다"고 밝혔다.
"흥행작 '타이타닉'과 '로미오와 줄리엣'의 영광을 재연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믿지 않겠지만 여태껏 영화를 선택하며 흥행 여부는 늘 마지막 고려 대상이었다"며 "난 개런티나 역의 비중에만 신경쓰는 타입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20일 개봉할 '갱스 오브 뉴욕'과 크리스마스에 개봉하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캐치 미 이프 유 캔' 중 디카프리오의 애정이 어느 쪽에 기울 것이냐는 것은 영화계의 관심사.
"두 영화사에서 내년 아카데미 수상을 위해 디카프리오를 끌어가려고 서로 경쟁할 것 아니냐"는 질문에 "난 허수아비(Hollywood Machine)가 아니다. 감독도, 배우도 영화 완성 후 인터뷰하는 것까지가 계약 사항"이라며 자존심을 내세웠다. 이어 그는 " '갱스…'가 시간도 많이 걸리고, 육체적으로도 고생을 많이 했으나 다시는 맡지 못할 매우 독특한 역할이었다면 '캐치 미…'는 단 3개월 촬영으로 끝났지만, 감독으로부터 세련된 연출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며 두 영화를 비교.
촬영 중 에피소드를 묻자 그는 "아버지의 원수 빌(다니엘 데이 루이스)을 암살하는 장면을 촬영하며 감기가 심하게 들어 무릎으로 온 몸을 지탱하며 부들부들 떨고 있는데 감독이 "그래 바로 그거야"하더라. 촬영을 마친 뒤 15시간이나 잠을 잤다"며 유쾌하게 웃었다.
카메론 디아즈와의 격렬한 키스신과 관련, 그는 "감옥에서 나온 암스테르담에게 그녀는 첫 여자였던데다 대부분의 사랑은 처음엔 동물적 본능으로 격렬해지는 것 아니냐"고 설명.
뉴욕을 무대로 했지만 뜻밖에도 촬영장소는 이탈리아. 19세기 뉴욕은 세트장에서나 재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로마의 치네치타 스튜디오에 갇혀 8개월을 꼼짝도 못한 디카프리오는 "로마에서는 얼굴을 내밀어야 하는 의례적인 자리가 없어 너무 좋았다"며 "그곳은 가는 곳마다, 보는 것마다 유적인, 남자들의 파리(Paris)"라며 촬영기간을 회상했다.
/뉴욕=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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