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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나라 구해준 스파이더맨 "저 거미라 투표 못해요" 선거캠페인 광고 왜이리 재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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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나라 구해준 스파이더맨 "저 거미라 투표 못해요" 선거캠페인 광고 왜이리 재밌지?

입력
2002.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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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 느닷없이 영화 '친구'의 한 장면이 나온다. 극중 깡패 유오성의 패거리가 고가 위에서 고향친구 서태화가 탄 자동차를 가로막는 인상적인 장면이다. "영화정보 프로그램인가"라고 시청자들이 의아해 할 무렵, 유오성이 자동차 유리창을 탁 치며 서태화에게 외친다. "니, 투표할 기가? 고향친구 좋다는 게 뭐고? 팍팍 밀어주라."11월19일부터 KBS 1·2TV와 EBS, 케이블TV 9개 채널에서 하루 3차례 방송중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공명선거 캠페인광고가 기발한 아이디어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직선적이고 지루한 예전과 달리 영화 속 명장면을 패러디해 내용이 톡톡 튀는 데다, 선관위 명예홍보대사인 장나라가 깜찍한 사이버 모델로 등장하기 때문. 선관위 홈페이지(home.nec.go.kr)에는 '재미있다'는 입소문을 타고 캠페인광고 동영상을 보려는 네티즌이 하루 평균 1,000명씩 몰리고 있다.

제16대 대통령선거일 하루 전인 18일까지 계속될 이 광고는 현재 30편이 제작된 상태. 지금까지 '친구' '마요네즈' '신라의 달밤' '달마야 놀자'편 등을 방송한 데 이어 '반칙왕'(10일) '공동경비구역 JSA'(11일) '가문의 영광'(12일) '선물'(13일) '2009 로스트 메모리즈'(14일) '친구'(15일) '스파이더 맨'(16일) '투캅스'(17일) '인터뷰'(18일)편이 예정돼 있다. 신생 독립프로덕션인 CK엔터테인먼트가 영화 필름을 구한 후 몇몇 대사를 더빙하는 방식으로 제작했으며 총제작비는 1억3,000만원이다. 성우의 더빙이라 별도의 스타 촬영은 필요없었고 일부 장면에 편집되어 따로 출연한 장나라에게는 소액의 '교통비'만 주어졌다. 명예홍보대사라 기꺼이 참여했다고.

앞으로 방송될 내용 중 압권은 부재자 투표방법을 안내하는 '공동경비구역 JSA'편. 영화 속 이병헌이 지뢰를 밟고 꼼짝 못한 채 울음을 터뜨린 장면이다. "살려주세요. 부재자 투표방법 좀 알려주세요"라는 이병헌의 말에 인민군 송강호가 천연덕스럽게 말을 한다. "사내 자식이 울기는. 배우면 되지." 이어 장나라가 갈대 숲을 헤치고 등장해 부재자 투표방법을 친절하게 안내한다.

공명선거를 촉구하는 내용의 '스파이더 맨'편도 눈길을 끈다. 스파이더 맨이 위기에 처한 여자친구를 구해줬는데 알고보니 공명선거 홍보대사인 장나라. "고마워요. 덕분에 공명선거가 이뤄지게 됐어요"라는 장나라의 말은 평범하지만, "선거에 꼭 참여하세요"라는 장나라의 말에 이어지는 스파이더 맨의 진지한 답변이 걸작이다. "저는 거미라 투표 못 합니다."

선관위 내부에서도 "신선하다. 획기적이다"라는 평가를 받은 이 캠페인광고는 홍보과 김대녕(44) 서기관의 작품. 벼룩시장과 주간지 등에 '김 상'이라는 필명으로 활약한 그는 한국만화가협회 정회원인 어엿한 만화가이다. 2000년 총선 때도 '선거 이야기'라는 홍보용 만화 팸플릿을 낸 그는 "재미있는 캠페인광고를 위해 영화를 패러디했다"며 "이 광고로 투표율이 조금이라도 올라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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