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민주당은 9일 공약과 일정을 상대방이 베끼고 있다고 서로 비난하고 나섰다. 공들여 짜낸 정책과 일정을 통째로 도둑맞아 억울한 데다 유권자의 혼란마저 부추긴다는 주장이다.한나라당은 9일 전날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의 군복무 4개월 단축 공약 등을 걸어 '공약 표절'을 강하게 비난했다.
임태희(任太熙) 제2정조위원장은 이날 선거전략회의에서 "학문과 예술 분야에서 가장 수치스러운 것은 표절인데 민주당은 우리 공약을 베끼는 예가 많다"며 "민주당은 당초 5%의 경제성장률을 제시했다가 한나라당이 명확한 근거를 갖고 6%를 내놓자 1% 포인트를 끌어 올려 7% 로 바꿨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나라당이 군 복무기간 2개월 단축을 공약할 때 민주당 임채정(林采正) 정책위의장 등이 '심사숙고해야지 선심 쓰듯 할 게 아니다'고 비난하더니 갑자기 4개월 단축 공약을 들고 나왔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은 후보 일정을 베낀다는 민주당의 공격에 대해서는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효순·미선양 집 방문은 7일로 계획을 잡았다가 8일로 미룬 것이고, 광복절 당시 서대문 역사박물관 방문은 박물관에 물어 보면 진실을 알 것"이라고 일축했다.
민주당은 이날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가 판세가 불리해지자 노무현 후보의 공약과 일정을 무더기로 베끼고 있다"며 "최소한의 도의를 지키라"고 거세게 비난했다.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이 후보가 8일 효순·미선양 집을 방문한 것은 노 후보의 계획을 도용한 것"이라며 광복절의 서대문 역사박물관 방문 지하철 투어 '자갈치 아지매' 찬조연설을 모방한 '보좌관 아줌마' 찬조 연설 노란 목도리를 본뜬 파란목도리 사용 등의 사례를 열거했다.
장전형(張全亨) 부대변인도 "이 후보의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 및 과학기술 수도 건설, 여성 일자리 100만개 창출 등도 베낀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김기재(金杞載) 불교특위 위원장은 "서울 외곽순환도로 북한산 관통 계획 백지화 찬성이 졸속으로 따라 한 것이 아니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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