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실태 보고서에 대해 8일 유엔이 본격적인 검토에 착수한 가운데 미국이 속임수라고 주장하는 근거를 둘러싼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상임이사국들에 즉시 자료를 공개하기로 해 미국의 '허위 입증' 작업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라크는 8일 보고서를 보기 전부터 "거짓일 게 뻔하다"며 의혹을 제기한 미국에 대해 "보고서는 정확하고 포괄적"이라며 "증거를 대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미국 민주당 의원들도 현 상황을 1962년 존 F 케네디 정부가 쿠바의 소련 미사일 기지 정보를 공개했던 '쿠바 미사일 위기'에 비교하며 "미국은 이라크의 무기 개발에 대한 강력한 증거를 갖고 있으면 이를 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부시 정부는 이렇다 할 반응을 하지 않고 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주 "확실한 증거를 갖고 있다"고 말했지만 아직까지 실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워싱턴 포스트는 이날 모두 납득할만한 명백한 증거가 없다는 게 미 정부의 고민이며 이는 전쟁이라는 미국의 목적에도 방해라고 분석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미국 각 기관이 10여년 동안 모은 방대한 정보는 "등급 심사를 앞둔 포르노 영화"(폴 월포위츠 미 국방부 차관)처럼 보는 시각에 따라 결론도 달라질 수 있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세계는 확실한 증거를 기대하기보다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지니고 있다는 논리적 결론에 이를 일련의 개발 징후를 기대해야 하며 이를 '증거'로 인정해야 한다는 게 미국의 논리다.
하지만 이 정도 증거는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등 주변 이슬람국을 납득시키기에는 부족한데다, 섣불리 증거를 내놓았다가 일각에서 제기되는 제2의 유엔 결의안 채택 필요성 주장에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두려움이 미국을 머뭇거리게 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미국 영국 러시아 프랑스 중국 등 5개 상임이사국에 이라크의 무기 보고서에 대한 완전한 접근을 허용키로 했다고 안보리 순번 의장인 알폰소 발디비에소 콜롬비아 대사가 이날 밝혔다. 안보리의 결정은 6일의 결정을 뒤집는 것으로, 미국은 이에 따라 이라크가 제출한 보고서에 대해 즉각 자체 분석 및 번역 작업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