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표 간의 공조에 다시 난기류가 조성되고 있다. 양당 간의 정책 조율이 금명 타결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양측은 대미정책 등에서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그러나 공조 이상기류의 주 원인은 다른 데 있다. 우선 '국정 공동책임론'으로 표현되는 차기정부 역할분담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통합21 김행(金杏) 대변인이 9일 당직자회의 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해프닝'은 속사정을 읽게 해 준다.
김 대변인은 "노무현 후보는 최근 '정 대표가 외교분야에 많은 인맥을 갖고 있다'고 하는 등 외치 분야의 국정운영에 대해 양당의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말했다"면서 "그런데 오늘 신문에는 책임총리제를 도입, 총리가 내치를 맡도록 한다는 보도가 있는 등 민주당의 입장이 앞뒤가 안 맞는다"고 발표했다.
김 대변인은 "이 문제에 대한 조율이 막바지에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해 외치·내치 논란이 공조의 막판 걸림돌인 것처럼 비치게 만들었다. 발표 내용에 논란이 일자 김 대변인은 "발표가 잘못됐다. 회의에서 언론 보도에 대한 언급만 있었을 뿐 외치, 내치 등에 대해 조율하자는 얘기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양당은 '국정 공동책임'을 명분으로 공동정부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 통합21의 협상주역도 공동선대위원장 급에서 정 대표의 측근으로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21측이 통일·외교·국방 장관 등의 분담을 직·간접적으로 주문한 데 대해 민주당측은 구두로는 '수용' 입장을 밝히면서도 문건 작성에는 난색을 표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 기류의 더 깊은 요인은 정 대표의 '심기'라는 얘기도 많다. 정 대표는 단일화 패배에 대한 승복을 강조하면서도 사석에서 단일화 과정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정 대표의 지시로 만들어진 '여론조사 실사위'는 단일화 여론조사 과정의 문제점을 조사한 뒤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정 대표측은 또 이익치(李益治) 전 현대증권 회장의 폭로에 한나라당뿐 아니라 여권이 개입됐을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통합21의 한 당직자는 "정 대표가 공조 원칙을 지킬 가능성이 높지만 여론조사와 이익치 사건을 걸어 공조를 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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