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텔레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한국 증시를 이끌어온 쌍두마차이다. 시가총액(6일 기준)도 각각 56조8,100억원과 22조5,100억원으로 나란히 1, 2위를 기록 중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대장주이지만, 올해 주가 성적표는 크게 엇갈리고 있다.삼성전자 주가는 연초(1월 2일) 30만8,000원에서 9일 37만2,500원으로 21% 가량 상승했다. 시가총액도 46조6,091억원에서 56조8,109억원으로 21.9% 급증,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7.4%에서 19.3%로 상승했다. 반면 한때 50만원을 넘어서며 거래소의 '황제주'로 군림했던 SK텔레콤 주가는 연초 27만2,500원에서 9일 24만8,000원으로 7% 하락했다. 당연히 시가총액도 7.3%(1조8,000억원)나 줄었다. 지수기여도는 -5.31포인트로 지수 상승에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삼성전자의 '1위 굳히기' 노력이 지속되겠지만, KT와의 주식 맞교환(스왑) 문제를 해결한 SK텔레콤이 주가에 탄력을 받으면서 만만찮은 추격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 IT회복 최대 수혜
삼성전자는 올해 증시 부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한국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정보기술(IT) 경기지표가 내년 1분기를 저점으로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강해 내년에도 주가가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실제로 증권사들은 IT경기가 회복되면 단연 삼성전자가 최대 수혜주가 될 것으로 보고, 목표주가를 잇따라 올리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9일 반도체 업종이 내년 2분기께 변환점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비중확대' 의견을 제시했다. 인텔이 플래시 메모리 가격을 20% 이상 올릴 계획을 발표했고, 대만 TSMC가 올 4분기 예상가동률을 상향 조정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최근 수요 회복을 뜻하는 조짐이 잇따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최근 외국인의 편식이 너무 심해 삼성전자의 상승세가 과도한 면이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동원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비중이 사상 최고치(43만원)를 기록한 올 4월 말보다 높다"면서 "현재 전기전자업종 수출증가율이 2000년 초의 증가율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최근 전기전자업종의 강세는 '과속'으로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향후 자동차, 철강 등 비(非)IT 수출주가 더 유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주식 스왑 통신주 모멘텀 된다
많은 전문가들이 "내년에는 SK텔레콤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KT와의 주식 스왑이 이번 달 중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본격적인 주가 상승 모멘텀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대우증권은 이날 SK텔레콤의 목표주가를 34만6,000원, 투자의견을 '매수'로 제시했다. 대우증권은 "2003년 배당금 확대, 추가적인 자사주매입 가능성 등 SK텔레콤의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평가가 확연히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신경제연구소도 통신시장의 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비중확대' 의견을 제시했다. 이정철 책임연구원은 "통신산업이 과잉투자, 경쟁심화 등에 따른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고 있다"며 "주가는 이를 미리 반영해 이미 1차 반등한 상태이며, 앞으로도 조정 후 재반등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자사주매입 기대감이 열려 있는 SK텔레콤이 관심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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