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민권운동의 진원지인 미 앨라배마주 중산층 출신의 흑인 소녀는 11세이던 1965년 아버지 손에 이끌려 워싱턴의 백악관 앞에 섰다. 그녀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용기를 주려 한 아버지에게 그녀는 "언젠가 저 집에 들어갈 거야"라고 말했다.독신인 콘돌리사 라이스(48)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은 이제 그 집에 산다. 흑인 여성 최초의 국가안보 보좌관이며 조지 W 부시 대통령 집무실 건너편에서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 전반을 조율하는 막강한 자리다. 차차기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출마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상원의원과 경쟁하게 될지 모른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뉴스위크 최신호(12월 16일자)는 그녀를 커버 스토리로 다루었다. '콘돌리사 라이스의 조용한 힘'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라이스를 '부시의 비밀 병기'로 표현하며 그가 지닌 영향력과 근원, 성장배경 등을 상세히 보도했다. 그는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외교·안보 참모였던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과 비견된다고 해서 '부시의 키신저'로 불리기도 하지만 결코 앞에 나서는 일이 없어 키신저와 대조를 이룬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은 라이스의 발언이 부시의 의사를 반영한 것으로 여기며 부시 또한 여러 차례 라이스에 대한 절대적인 신임을 나타냈다. 98년부터 국제 문제에 문외한이었던 주지사 출신의 부시 후보를 조련해 '부시의 가정교사'로도 불릴 만큼 둘 사이의 관계는 돈독하다. 그러나 19세에 덴버대학을 졸업, 26세에 스탠퍼드대 교수가 된 뛰어난 두뇌만이 라이스의 전부는 아니다.
그의 진가는 딕 체니 부통령,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등 강경파, 콜린 파월 국무장관 등 온건파와 함께 대 테러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양측을 절충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 내면서 두드러졌다. 퇴임하는 폴 오닐 재무장관은 "라이스는 결코 합의로 몰고 가지 않으며 다만 쟁점을 명확히 해 대통령이 합의를 이끌어 내도록 만든다"고 말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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