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어린이의 죽음에 대해서 통렬한 슬픔을 느낀다. 신효순 심미선양의 유족들이 분노를 표출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두 미군에 대해 '무죄' 평결이 내려졌다. 거대한 반미의 물결이 일고 있다. 그 이면에는 두 문화가 사건을 인지하는 방식의 차이가 있다.한국인들의 반응은 어떠한 사고도 그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다는 생각에 기반하고 있다. 한국에선 재난이 발생하면 누군가가 비난과 형벌을 감수하는 '속죄'가 뒤따라야 한다. 중간 관료가 잘못을 저질렀을 경우 장관이 자진해서 사퇴하는 것처럼 말이다.
미국인의 관점은 개인에 대한 공정한 재판권의 보장이라는 것에 기반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개인은 판결이 내려지기까지 '결백'이 가정되고, 법정에서는 검사와 같은 지위의 변호사들에 의해 방어되어야 한다. 이러한 사법제도 하에서 개인의 권리는 정치·외교적 고려에 우선한다. 따라서 부시 대통령이 재판이 종료되기 전 사과(일종의 외교적 행동이라 할 수 있을)를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반미 운동가와 시민들이 더 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문제는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관한 것이다. 예를 들어 동티모르에 평화 유지를 목적으로 파견된 한국 군인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군인은 상부의 지휘·명령을 따라야 하고, 군은 이들을 보호한다. 만일 그가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는 동안 주둔국 시민에게 상해를 입히는 사고에 연루된다고 가정하자. 그는 단지 명령에 의해 그 곳에 배치되었을 따름이므로 주둔국의 언어도, 사법제도도 모른다. 그는 군 지휘관들이 자신이 공정하지 못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해주기를 기대할 것이고, 만일 재판이 진행된다면 자신의 고국에 의해 수행되기를 바랄 것이다.
물론 외국에 주둔하고 있는 군인들이 사법적 부담 없이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범죄를 저질렀다면 법에 따라야 한다. 이번 경우 미군은 주민들에게 커다란 장갑차가 좁은 길에서 운전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주지시키고, 주민들을 위험으로부터 멀리 떼어놓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따라서 반드시 사건에 대한 재조사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조사의 목적은 시위대를 달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여야 한다.
알란 팀블릭 영국인 주한영국상공회의소장 AAA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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