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대통령선거 중반전의 끝 무렵인 9일 현재 판세는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초반 기조 유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 추격'의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50대와 60세 이상 중·노년 유권자층에서 부동층이 15%수준에서 20%정도로 늘어난 점도 눈에 띈다.우선 각 후보 진영과 여론조사 전문기관들의 분석을 종합해 보면 노 후보가 리드를 보인 초반전의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들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지난 주말 상황에서 노 후보의 지지도는 주 중반에 비해 별로 달라지지 않았는데 이 후보의 지지도는 미세하게 흔들렸다"고 전했다. 다른 여론조사 전문가는 "부산·경남권과 충청권의 분위기가 여전히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거구도를 뒤흔들만한 대형 이슈가 없고 TV토론 영향력도 미미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다른 전문가는 "투표확실층, 무응답층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판별 분석 결과를 보면 이·노 두 후보의 격차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최종 선거 결과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50대이상 연령층에서의 부동층 증가는 여러 분석을 낳고 있다. 이 연령대는 이 후보의 주요 지지기반인데, "핵심 현안으로 부각된 반미 문제에 대해 이 후보가 전향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을 보고 보수성이 강한 이 유권자층 일부가 혼란을 느꼈을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한 "영남 守城… 전체 각축"
한나라당은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가 여전히 여론조사 오차범위 내에서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와 접전을 거듭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말 반창(反昌) 후보단일화 직후 10% 포인트 가까이 벌어진 두 후보의 지지도 차이는 이제 단순 지지도냐, 판별 분석이냐에 따라 우열이 뒤바뀌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판세는 선거전 초반 동요 조짐이 완연했던 PK(부산·경남)에서 노 후보 지지율을 30% 아래로 묶는 등 영남권이 안정을 되찾은 것이 최대 요인이라는 게 자체 분석이다. 한 당직자는 "일선 조직이 제대로 가동되고 있어 PK와 TK(대구·경북)에서 각각 70%와 75%의 득표가 가능할 것"이라며 "이런 분위기는 수도권 영남출신 유권자의 표심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런데도 이 후보가 더 이상 지지율을 끌어 올리지 못하는 것은 충청권과 수도권의 부진 때문이라는 데 당 관계자들은 이의를 달지 않는다. 특히 충청권에서 노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당초 예측보다 크다는 점에 적잖이 당황하는 눈치다. 최근에는 줄곧 이 후보가 앞섰던 충북에서조차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한 고위당직자는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표 지지층의 대다수가 노 후보 지지로 옮겨갔고, 노 후보의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공약이 일정 부분 먹혀 든 결과"라고 진단했다.
이 후보는 JP와의 연대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진 만큼 직접 충청권 민심 공략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JP가 최소한 중립을 지켜준다면 충남 출신인 이 후보의 호소를 유권자들이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50·60대의 무응답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 후보의 전통적 지지층인 이들의 여론조사 외면은 이 후보의 상승 잠재력이 그만큼 크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민 "수도권 큰差… 안정권"
민주당은 후보 단일화 이후 이어지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우세가 차이를 좀 더 벌려 가면서 '안정적 기반'을 마련했다고 분석한다. 노 후보의 우세가 안정화했다는 것은 이 추세가 유지될 경우, 막판 돌발 변수가 없는 한 노 후보가 무난히 승리할 것이라는 얘기다.
민주당측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각 지역별 여론 흐름의 가장 큰 특징은 수도권, 특히 서울에서 노 후보의 우위가 기대치를 뛰어 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내 여론조사 관계자는 "역대 대선에서 서울 지역의 판세는 각각의 지역주의 성향 표심의 종합 평균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경향을 보였으나 이번엔 서울이 전국적인 여론 방향의 선행지수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부산에서 한동안 기세를 올리던 '노풍(盧風)'이 최근 들어 다소 주춤하고 있다는 일부의 판단에도 불구, 민주당측이 선두 고수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당측은 수도권에서의 선전 배경으로 낡은 정치 청산 주장에 대한 호응, 반미정서에 대한 신중하고도 균형감 있는 대응, 후보 단일화 효과 지속 등을 들고 있다.
그렇다고 민주당내에 낙관적인 견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자금 및 조직 동원력이 한나라당에 비해 현저히 열세에 있기 때문에 한나라당의 막판 물량 공세를 효과적으로 따돌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민주당측은 부산·경남(PK) 지역에서의 지지율 변화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노 후보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20∼30대 젊은 층의 투표율도 민주당측이 가슴을 졸이는 대목이다. 우세가 확실하나 조사 때마다 10∼20%포인트까지 큰 편차를 보이고 있는 충청 지역 기류에 대해서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측은 다만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표와의 공동 유세로 이 같은 '불안 요소'를 털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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