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F나 LG텔레콤 휴대폰 신규 가입자들이 011(SK텔레콤) 번호를 선택할 수 있는 번호공동사용제(넘버풀)의 내년 도입 방안이 정부에서 신중히 검토되고 있다.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주관으로 6∼7일 제주도 서귀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회 통신사업자 CEO포럼'에서 이경준 KTF사장과 남용 LG텔레콤 사장은 "유효 경쟁체제 구축을 위해 011 번호를 업계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정보통신부에 요청했다. 이들은 "기존 번호를 유지한 채 서비스 업체를 바꾸는 번호이동성 제도는 단말기 교체비용 등을 감안할 때 오히려 SK텔레콤에 유리한 측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정통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후발 사업자의 주장에 옳은 면이 있으며, 비교적 단기간인 3개월간 각 통신업체가 30억원만 투입하면 넘버풀 제도를 도입할 수 있는 만큼 제도 도입에 기술적 문제는 없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그러나 "넘버풀 제도의 도입 여부가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은 "정부가 모든 통신 사업자들을 구제하려는 것은 잘못"이라며 넘버풀 제도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편 국내 12개 통신업체 CEO가 참가한 이번 포럼에서 후발 사업자들은 선발 사업자의 물량공세를 정부가 규제해달라고 요구한 반면 선발 사업자들은 시장원리를 강조, 극명한 입장차이를 보였다.
이인행 하나로통신 부사장은 "민영화 이후 KT가 기존 ADSL보다 더 싼 가격으로 VDSL을 출시, 출혈경쟁이 심각하다"며 정통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반면 이용경 KT사장은 "KT도 유선시장 위축으로 경영위기를 맞고 있으며, 후발 사업자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규제를 강화할 경우 오히려 유선시장이 하향 평준화할 우려가 있다"고 반박했다.
/서귀포=조철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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