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정부가 내놓은 '외국인 산업연수생 정책 개선안'이 실효성이 없을 뿐 아니라 기존 안의 재탕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정부기관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지난달 22∼25일 '외국 송출기관의 산업연수생 직접 관리 및 산업연수생 위탁관리업체 폐지' '산업연수생 4만명 조기 입국' '계약이행 보증금 폐지' 등을 골자로 한 개선안을 잇따라 발표했다.
그러나 8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20개 위탁관리업체들은 외국 송출기관의 한국지사나 협력업체의 자격으로 산업연수생 관리를 지속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위탁관리업체 A사의 대표는 "근본적인 인력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산업연수생이 연수업체를 이탈하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그 책임을 위탁관리업체에 떠넘기고 있다"며 "송출기관이 영세하기 때문에 내년에도 위탁관리업체가 송출기관과의 관계를 재설정해 공동 영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산업연수생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위해 우리 정부에 지불하는 이행보증금 300달러의 부담이 이들의 연수업체 이탈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이행보증금을 폐지한다는 것도 무의미하다"고 꼬집었다. 이행보증금보다는 송출기관이 산업연수생에게서 암암리에 받아온 거액의 '한국 입국 급행료'가 오히려 이들의 이탈을 더 부추긴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내년 초까지 4만여명의 산업연수생을 추가로 불러들인다고 발표했으나 이 또한 지난 10월부터 실시된 산업연수생 쿼터 13만명 확대 조치의 일환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현재 국내 체류중인 합법적인 산업연수생은 3만2,000여명(10월말 현재)뿐이지만 연수업체 이탈자가 5만7,000여명에 달해 산업연수생은 모두 9만명에 이른다. 따라서 산업연수생 4만명 추가 발표는 총 쿼터 13만명 중 남은 인원에 대해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재탕 발표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경기 시흥의 볼트 제조업체 C사의 곽모 사장은 "정부는 10월부터 산업연수생 4만명을 추가로 불러들일 수 있었는데도 마치 지금에야 그런 제도를 만든 것처럼 포장해 수선을 떨고 있다"고 말했다.
신규 인력 4만명이 입국한 이후에는 추가로 부를 수 있는 산업연수생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년초면 13만명 쿼터가 다 차기 때문에 연수업체 이탈자 5만7,000여명 중 내년 3월 자진 출국하는 인원만큼의 산업연수생만 더 데려올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연수업체 이탈자 중 자진 출국할 인원이 기껏해야 1만명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기청 관계자는 "이번 정책이 인력난 해소에 큰 도움이 못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며 "전면적인 인력시장 개방 정책이 아니고서는 중소기업계를 통틀어 20여만명 인력이 부족한 현상을 타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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