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임박하면서 정부가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는 것을 피하기 위해 주요 경제정책의 결정이나 논의 자체를 대통령 선거 이후로 잇달아 연기, 정부의 정책기능에 일시적인 '진공상태'가 빚어지고 있다.이 같은 양상은 과거 선거 때마다 정부가 나서서 선심정책을 남발하던 것에 비하면 긍정적 변화라고 볼 수 있지만, '선거중립'을 명분으로 한 정부의 '몸사리기'가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당초 7일로 예정됐던 대외경제장관 실무조정회의를 최근 대선 후인 21일께로 돌연 연기했다. 재정경제부 등 관련부처 차관급이 참석할 이번 회의는 향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전략 마련을 위해 대상국 및 우선 순위를 논의할 범정부 차원의 첫 대책회의였다.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일본, 싱가포르 등 현재 대상국으로 거론되는 국가들과의 FTA 체결문제는 수출입 업계의 이해와 민감하게 결부돼 있다"며 "어떤 방향의 논의가 이루어져도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만큼 회의를 일시 연기키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1가구 2주택 양도세 과세문제와 관련해 오피스텔의 주택 해당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던 국세예규심사위원회 역시 당초 7일로 예정됐으나 무기 연기됐다.
재경부 세제실은 "결정에 앞서 재검토할 사항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으나, 오피스텔 소유자들의 '표심'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정부내 분위기를 반영하듯 전윤철(田允喆)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지난 주말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최근 정치권에서 조흥은행 매각 연기, 개인워크아웃 신청조건 완화방침 등을 정부와 합의했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해 불필요한 오해가 야기됐다"며 "정치적 중립을 의심받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념하라"고 공식 지시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부분 경제정책은 크건 작건 이해관계가 발생하기 마련"이라며 "사실상 정책발표나 오해를 살 만한 정책추진을 대선 때까지 유보하라는 뜻으로 이해됐다"고 밝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관계자는 "이 같은 상황의 일차적 책임은 경제정책 뉴스를 선거캠페인에 이용해온 정치권에 있다"면서도 "아세안국가 등에 대한 중국, 일본 등의 FTA 체결 공세 등을 감안할 때, 대선을 빌미로 FTA 대책회의까지 연기한 것은 정부가 고유 기능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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