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루빈을 찾아라.' 워싱턴 포스트는 8일 백악관이 9일에 새로운 경제팀 진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폴 오닐 재무장관과 로런스 린지 백악관 경제수석보좌관이 사임한 지 3일 만이다.백악관이 구상하고 미국 경제계가 기대하는 새 경제팀 인선의 원칙은 명확해 보인다. 경제 전반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통해 '시장(market)'의 신임을 얻으면서 신중한 화법으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의회와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전제다. 단적으로 이야기하면 오닐 장관과 린지 수석과는 정반대의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는 결론이다.
이와 관련,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 인물은 클린턴 대통령 시절의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이다. 92년 당시 골드만삭스 회장으로 있던 루빈은 클린턴 대통령에 의해 백악관 경제수석으로 발탁된 데 이어 95년 재무장관으로 중용되면서 미국 증시의 최대 호황을 이끌어내는 등 역대 최고의 재무장관이라는 평가를 얻은 인물이다.
미국 언론들은 2004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부시 대통령이 클린턴 대통령에게 재선을 안겨다 준 루빈 전 재무장관 같은 경제 해결사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경제팀 교체는 전쟁에는 이기고 경제를 다스리지 못해 재선에 실패한 아버지 부시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부시 대통령의 정치적 선택의 결과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 포스트는 8일 부시 대통령이 루빈과 함께 골드만 삭스를 이끌었던 스티븐 프리드먼 전 회장에게 경제수석 자리를 제안했으며 프리드먼 전 회장도 이를 수락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마시 앤드 맥래넌 캐피탈 대표로 있는 프리드먼 전 회장은 골드만 삭스에서 30년 이상 근무한 정통 금융맨으로 2000년 대선 당시 부시 진영에 막대한 선거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프리드먼 회장이 "월스트리트를 읽을 수 있는 전문가인데다 세련된 외교술과 신중한 처세로 도발적인 태도와 이상주의에 치우쳐 의회와 마찰을 일으켰던 린지 수석과 대조적인 인물"이라고 전했다.
폴 오닐 재무장관 후임으로는 캘리포니아의 금융인 제럴드 파스키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파스키는 부시 대통령의 당선에 크게 기여했던 인물로 부시 가문과 오랜 친분을 갖고 있다. 이외에도 부시 대통령과 25년 지기인 도날드 에반스 상무장관과 온라인 증권사 창설자인 찰스 슈왑 회장, 리처드 그라소 뉴욕주식거래위원회 회장, 로버트 B 죌릭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새 경제팀 인선과 관련, 백악관은 누가 후임으로 임명되든 기존 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문제는 정책의 메시지가 아니라 이를 정확하게 전달할 '메신저'에 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는 7일 사설을 통해 "부시 대통령이 차기 대선이 2년이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경제 사령탑을 경질한 것은 야심적이지만 대규모 감세정책과 같은 무분별한 경제 진작책의 홍수를 예고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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