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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평생 잊지못할 일]美박람회 출품 악기 완성못해 종일 조립 라이터로 용접까지 다음날 전시서 "환상적" 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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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평생 잊지못할 일]美박람회 출품 악기 완성못해 종일 조립 라이터로 용접까지 다음날 전시서 "환상적" 호평

입력
2002.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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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교사로 재직하면서도 플루트를 직접 만들어 보겠다는 어린 시절의 꿈은 내 마음을 떠나지 않았다. 그 꿈을 실현할 시기를 기다리고 있던 무렵 우연히 미국의 플루트 관련 잡지에서 몇 곳의 제조회사 정보를 얻었다. 모험을 결심하고, 여러 곳에 나의 뜻을 편지로 보냈다. 뜻밖에도 'Landell'이라는 회사에서 "자세한 정보는 줄 수 없지만 일단 면접과 간단한 테스트를 받아 보라"는 회신이 왔다.우여곡절 끝에 3년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국산 플루트제작을 시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국산 관악기가 없어 도면을 손수 그리고, 기계를 직접 설계하고, 기계를 제작할 기술자를 구하는 일은 참으로 어려웠다. 직원들과 함께 밤을 새워 작업, 어느 정도 내가 생각하던 플루트가 탄생했지만 수준은 형편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미 로스앤젤레스에서 'NAMM 악기 박람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참가를 결심했다. 지금 생각해도 무모한 결정이었다. 악기는 완성되지 않았는데 박람회 시간은 다가왔다. 행사 전날 박람회장에 도착했는데 부속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데다 행사 당일까지 단 한대의 플루트도 완성시키지 못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한국에 돌아가고 싶었다. 개막 첫날 전시도 못한 채 호텔방에 틀어박혀 하루종일 플루트 제작에 시간을 보냈다. 어느덧 새벽 2시, 마지막 조립을 하던 중 용접기와 용접봉을 갖고 오지 않은 것을 알았다. 호텔을 나서 택시를 잡고 무작정 철물점으로 가자고 했다. 기사는 "지금 몇 시인데 이러냐"고 미친 사람 취급을 했다. 호텔방으로 되돌아와 고민하다 라이터를 생각해 냈다. 간신히 용접을 마치고 조립에 성공했다. 지금까지도 그 때의 플루트 소리 보다 더 감격적이고 환상적인 소리를 듣지 못했다. 이튿날 하나의 완성품을 전시대에 올리고, 2대의 미완성품은 분해해 부속품 형태로 주변에 나열했다. 손님들이 찾아와 내가 만든 플루트를 불기 시작했다. 나는 떨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만족한다는 평가를 들었다.

이렇게 해서 우리 손, 우리 기술로 만든 플루트는 세상에 태어났다. 플루트에 미쳐 오로지 국산 악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고집에서 비롯된 일들이다. 자신의 일에 대한 애정,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 반드시 이루겠다는 집념 등이 모든 산업의 초석이 아닐까.

/남궁용인 남궁플룻 대표 경원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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