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신부전증 등 신장질환자의 체내 독소를 제거하기 위해 사용되는 1회용 혈액투석막이 상당수 병·의원에서 재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회용 투석막 재사용은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은 데다, 병·의원의 진료비 청구 측면에서도 문제 소지가 크다.8일 신장내과 관계자 등에 따르면 규정상 금지된 1회용 투석막 재사용 의료기관이 급속히 늘어 전체 10∼20%에 달한다. 혈액투석이 필요한 신장질환자는 전국 320여개 의료기관에 2만2,000여명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 강북 A내과 측은 "미국산 재처리기계를 구입, 1회용 투석막을 10∼15회 재사용하고 있다"며 "주변 대부분 의사들도 사용하고 있지만 임상적으론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A대학병원과 B종합병원, K의료원 등 일부 대형의료기관들은 가격이나 효능면에서 떨어지는 저유량 투석막까지도 재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재사용의 가장 큰 문제는 안전성과 적정효능 여부. 이 때문에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은 재처리기계에 사용 가능한 재사용 투석막을 특정하고 이외의 투석막은 사용하지 못하도록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대한신장학회 관계자는 "재처리기계나 공인된 재사용 투석막이라 하더라도 장기 사용시 면역학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더욱이 1회용을 재사용할 경우는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병·의원들이 1회용 투석막을 재사용하는 것은 물론 경제적 이득 때문. 건강보험에서는 혈액투석시 1회용, 재사용에 관계없이 한번에 3만2,920원을 보상하고 있다. 병·의원은 5,000만∼1억여원에 달하는 재처리기계 구입비용을 감안하더라도 1회용을 10∼15회 재사용함으로써 엄청난 수익을 챙기는 셈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재사용에 대한 처벌조항이 없고, 투석횟수로 지급하는 현행 심사 규정상 부당청구로 보기도 어렵다"고 난감해 했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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